‘타율 0.247’ 이 선수가 MVP 유력 후보인 이유? 팀 구하는 홈런 뻥뻥 쳐내니까…극적 동점포→대역전승 발판

[SPORTALKOREA] 한휘 기자= 2할 5푼도 안 되는 타율로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MVP 유력 후보’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시애틀 매리너스 칼 랄리는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 5차전 홈 경기에 2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부터 타구 속도 시속 112마일(약 180.2km)짜리 2루타를 날리는 등 타격감이 날카로웠다. 그리고 이 방망이 감각이 팀을 구했다.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시점에 스윙 한 번으로 빛을 밝힌 것이다.
랄리는 팀이 1-2로 밀리던 8회 말 선두 타자로 타석에 섰다. 2-0 카운트에서 토론토 좌완 필승조 브렌던 리틀의 3구 싱커를 퍼 올렸다. 큰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좌측으로 비행하더니 한 끗 차로 담장을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동점 솔로 홈런이 터졌다.
발사각도가 43도에 달한 만큼 매우 큰 포물선을 그렸다. 자칫하면 좌익수 뜬공이 될지도 모르는 타구였다. 하지만 타구 속도가 시속 108.6마일(약 174.8km)에 달할 정도로 힘이 실린 덕에 홈런이 됐다. 30개 구단 중 16개 구장에서 홈런이 안 됐을 만큼 아슬아슬한 타구였다.
이 한 방이 시애틀의 운명을 바꿨다. 동점을 헌납한 토론토 불펜진이 급격히 흔들렸다. 사사구 3개를 연달아 내줬다. 그리고 에우헤니오 수아레스가 세란토니 도밍게스를 상대로 단숨에 앞서나가는 역전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결국 시애틀의 6-2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이 경기를 내주면 시애틀은 홈에서 3경기를 연달아 내주고 2승 3패로 몰린 상황에서 캐나다 원정을 떠나야 했다. 매우 나빠진 분위기를 끌어안고 적지에서 ‘엘리미네이션 게임’을 연달아 치러야 했다. 부담이 클 상황이었는데, 랄리의 홈런이 세계선을 바꿨다.
랄리의 이런 결정적인 홈런은 며칠 전에도 나온 바 있다. 지난 13일 열린 ALCS 1차전 6회 초에 솔로포를 터뜨렸다.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케빈 가우즈먼에게 처음으로 균열을 내며 경기를 1-1 동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시애틀이 3-1로 역전승을 거두며 귀중한 1승을 따냈다.
더 중요한 경기로 갈수록 부담감에 성적이 떨어지긴커녕 ‘클러치 히터’ 기질을 더 갈고 닦아 좋은 성적을 내는 모습이다. 시애틀이 힘겨운 포스트시즌 속에서도 월드 시리즈의 꿈을 놓지 않는 그 중심에는 랄리가 있다.

정규시즌 랄리는 포수 역사상 최고라고 해도 모자람 없는 한 해를 보냈다. 타율 0.247 60홈런 125타점 OPS 0.948. 포수 최초로 50홈런을 넘어 60홈런 고지까지 밟으며 역사를 새로 썼다. 여기에 준수한 수비를 더해 MVP 유력 후보로도 꼽힌다.
그런데 가을야구 들어 타율까지 오르며 방망이에 불이 제대로 붙었다. 타율 0.333(39타수 13안타) 4홈런 7타점 OPS 1.127로 날아다닌다. 심지어 중요한 순간마다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영양가는 더 높다.

이날 활약으로 랄리는 단숨에 WPA(승리 확률 기여도) 0.30을 더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WPA 0.81을 기록 중이다. 현재 포스트시즌에 출전 중인 모든 선수 가운데 단독 선두다. 그야말로 ‘클러치 히터’ 칭호를 붙이기에 모자람이 없다.
랄리의 활약과 함께 시애틀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진출도 이제 한 걸음 앞까지 다가오게 됐다. 이대로 구단 역사의 새 장을 쓸 수 있을까. ALCS 6차전은 하루 휴식 후 20일 열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