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간부터 바꾸자"..."국제 논의가 멈추면 가장 먼저 다치는 건 현장의 선수들" …

[SPORTALKOREA] 박윤서 기자=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FIFPRO의 경고에 힘을 보탰다. FIFPRO는 2026 북중미 월드컵(미·멕시코·캐나다) 경기 시간과 혹서 대책을 놓고 FIFA의 공식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선수협은 “국제 논의가 멈추면 가장 먼저 다치는 건 현장의 선수들”이라며 국내 대회 운영 기준 개선을 함께 요구했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월드컵이든 국내 리그든 더위 앞에서 예외는 없다”고 운을 뗐다. “낮 시간대 경기, WBGT(습구흑구온도) 초과 상황에서의 강행, 뇌진탕·근육 부상 복귀 절차의 모호함이 누적되면 결국 선수 생명과 커리어가 깎인다. 시간을 조정하고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것이 가장 값싼 안전 장치”라고 강조했다.
FIFPRO는 최근 보고서 ‘Overworked and Under-Protected(과로하고 보호받지 못한 선수들)’을 통해 2024~25시즌 여름 대회 일정이 선수 회복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클럽 월드컵 여파로 주요 클럽들이 권장 최소 휴식 28일을 확보하지 못했고, 일부 경기는 미국 한여름 기상 조건으로 지연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치러졌다고 짚었다. 48개국으로 확대되는 2026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 시작 시간 조정과 기후 대응 매뉴얼을 FIFA에 재차 요구했지만, 공식 협의는 아직 없다는 게 FIFPRO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국내 현실을 연결 지점으로 언급했다. “한국도 여름이면 K리그, WK리그, 각종 아마추어 대회가 폭염 시간대에 몰리는 구조가 반복된다. 현장의 감독·트레이너, 선수들의 체감은 이미 ‘한계치’에 가 있다. 사전에 정한 온열 기준에 따라 킥오프를 미루고, 쿨링 브레이크를 확대하며, 의료 동선을 표준화하는 게 기본 중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월드컵이 글로벌 표준을 만든다. FIFA가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각국 리그도 느슨해진다”며 “선수협은 FIFPRO가 제시한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공유받아, 국내 리그 맞춤형 매뉴얼로 바꾸는 작업을 서두르겠다. 더위는 ‘컨디션 변수’가 아니라 안전 변수”라고 했다.
FIFPRO가 지적한 또 하나의 축은 ‘과밀 일정’과 ‘회복권’ 문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빅클럽은 여름 대회 참가로 시즌 전 최소 회복 기간을 크게 밑돌았다. 김훈기 사무총장은 “회복은 권리다. 시즌과 시즌 사이 최소 휴식 28일, 프리시즌 전 준비 기간 보장 같은 숫자 규정이 있어야 구단·리그·선수 모두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일정은 결국 사람의 몸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대회가 늘어도 회복권은 줄어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FIFPRO가 “여자 아시안컵 일부 낮 경기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목소리를 보탰다. 김훈기 사무총장은 “여자 대회는 선수 저변과 투자 구조가 아직 얇다. 그래서 더 안전해야 한다”며 “킥오프 시간 조정과 냉방·수분 인프라 확충을 기본값으로 하자. 선수 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경기력·흥행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했다.
선수협은 국제 논의와 국내 실행을 ‘투 트랙’으로 끌고 가겠다는 방침이다. 김훈기 사무총장은 “FIFPRO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국내에선 구단 순회 간담회와 설문으로 현장 데이터를 모으겠다. 온열 지수·심박·회복 지표 등 과학 데이터를 더해, 킥오프 조정 가이드·회복권 체크리스트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름 대회와 프리시즌이 겹치는 유소년·대학 현장도 놓치지 않겠다. 전 계층 통합형 안전 기준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시간표부터 바꾸자는 게 오늘의 결론”이라고 간결하게 정리했다.
“선수는 교체할 수 있어도, 선수의 건강과 커리어는 교체할 수 없다. FIFA와 각 대회 주최 측, 국내 리그 운영 주체가 선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시간 설계를 즉시 시작하길 바란다.”김훈기 사무총장의 말이다.
한편, 선수협은 추후 보고서 번역 요약과 국내 적용 권고안을 별도 자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