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보고 있어? ‘KKKKKKKKKK’ 완벽투 이후 ‘찰칵’…2603억 에이스가 한국인을 왜 이렇게 좋아해

[SPORTALKOREA] 한휘 기자= 이렇게나 탁월한 실력을 지닌 투수가 한국인하고도 인연이 참 깊다. 야구를 넘어 축구까지 말이다.
LA 다저스 블레이크 스넬은 1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1차전에 선발 투수로 나서서 8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압도적이었다. 이날 스넬이 허용한 유일한 출루는 3회 초 선두 타자 케일럽 더빈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것이다. 이마저도 더빈이 2사 후 스넬의 견제에 걸려 2루에서 아웃당하면서 주자가 2루까지 나가지도 못했다.
더빈의 안타 이후 스넬은 17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하고 등판을 마쳤다. 9회 사사키 로키와 블레이크 트라이넨이 흔들리긴 했지만, 아무튼 2-1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다저스가 1차전을 가져갔다.
‘수훈갑’은 당연히 스넬이다. 스넬이 포스트시즌에서 8이닝을 던진 것도, 한 경기 10탈삼진을 기록한 것도 커리어 최초다. 정규시즌으로 범위를 넓혀도 8이닝 이상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한 것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던 지난해 8월 3일 신시내티 레즈전 ‘노히터’ 이후 처음이다.

이런 ‘인생투’ 덕에 인상적인 기록도 남겼다. 스넬은 8회까지 단 24명의 타자만 상대했다. ‘옵타스탯츠’에 따르면, 이는 MLB 포스트시즌 역사상 8회까지 가장 적은 타자를 상대한 것이다.
타이기록을 보유한 선수가 딱 한 명 있다. 1956년 월드 시리즈에서 MLB 역사상 유일한 포스트시즌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뉴욕 양키스 돈 라슨이다. 스넬이 69년 전 MLB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투수와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2016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데뷔한 스넬은 2018년 31경기 21승 5패 평균자책점 1.89라는 호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AL) 사이 영 상을 받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21시즌을 앞두고는 트레이드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합류했다.
들쭉날쭉한 제구와 불안한 내구성 탓에 기대치 대비 좋은 성적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2023년 32경기 14승 9패 평균자책점 2.25로 호투하며 MLB 사상 7번째로 양대 리그에서 모두 사이 영 상을 받는 진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뛴 스넬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5년 1억 8,200만 달러(약 2,603억 원)에 계약했다. 부상 탓에 정규시즌 1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시즌 막판부터 다저스가 원하던 에이스다운 면모를 꾸준히 보여 주며 가을야구 상승세를 주도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스넬은 유독 한국인 선수와 인연이 많다. 소속된 모든 팀에서 한국 선수와 한솥밥을 먹었다. MLB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 자체가 많지 않음을 고려하면 흥미로운 일이다.
탬파베이 시절에는 최지만, 샌디에이고 시절에는 김하성(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과 뛰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정후를 만났고, 올해 다저스에 왔더니 김혜성이 콜업됐다.

심지어 종목에 국한하지도 않는다. 한국 축구의 ‘슈퍼스타’ 손흥민이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무대를 옮긴 것이다. 심지어 소속팀은 로스앤젤레스 FC(LAFC)다.
다저스는 지난 8월 28일 손흥민을 다저 스타디움에 초청해 시구 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시구를 받은 선수가 바로 스넬이다. 손흥민은 지난 1일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앞두고 다시 다저 스타디움에 방문해 스넬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래선지 스넬은 이번 경기 호투로 다저스의 승리를 이끈 후 구단 카메라를 향해 손흥민의 시그니처인 ‘찰칵’ 셀러브레이션을 따라 했다. 이어 “우린 너를 생각하고 있어. 곧 또 보자”라고 인사를 남겼다.
다저스 구단도 SNS를 통해 이 사진을 올리면서 손흥민의 계정을 태그한 후 “쏘니, 잘 지내?”라고 말을 건넸다. 손흥민도 유쾌하게 답했다. “나보다 포즈가 좋은데... 훔쳐가지 마”라며 웃었다.


사진=LA 다저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