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특급 불펜’ 있으면 뭐 하나, 타선이 점수를 못 내는데…‘평균 3득점’ SSG의 빈공, 벼랑 끝에서 달라질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SSG 랜더스는 올해 KBO리그 최고의 불펜진을 갖춘 팀이다. 그런데 그 탄탄한 불펜을 얼마 활용하지도 못하고 탈락할 위기다.
SSG는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 원정 경기에서 3-5로 졌다. 이 패배로 SSG의 시리즈 전적은 1승 2패가 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무조건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SSG는 장염 증세로 1, 2차전 내리 휴식을 취한 ‘에이스’ 드류 앤더슨이 선발로 예고됐다. 게다가 준플레이오프 역사를 돌이켜 보면, 1승 1패에서 3차전을 가져간 팀은 전부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자연스레 이번 경기가 시리즈의 분수령이 되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래선지 삼성 역시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리고 결과는 SSG의 패배였다. 앤더슨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일찌감치 무너진 것이 패착이었다.
이번 시리즈 SSG는 유독 외국인 투수들이 초반부터 말리면서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가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1차전에서 미치 화이트가 무너진 데 이어 이번 3차전에서는 앤더슨까지 제 모습을 찾지 못했다. 결국 두 경기 모두 패배로 귀결됐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만 탓할 일은 아니다. 정규시즌 SSG의 ‘아킬레스건’이 포스트시즌 들어서도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빈약한 타선이다.
SSG는 과거 SK 와이번스 시절 김용희-트레이 힐만 감독을 거치며 ‘빅볼의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타자에게 유리한 홈구장의 특색을 살려 홈런을 뻥뻥 때려내는 이미지가 강했다. 최정을 중심으로 힘 좋은 타자들이 대거 포진했다.
실제로 김용희 감독이 부임한 2015년을 기점으로 팀 홈런 순위에서 5위 아래로 처진 적이 한 번도 없다. 팀명이 SSG로 바뀐 2021시즌부터는 3년 연속으로 팀 홈런 1위를 차지했다. 홈런 하면 SSG, SSG 하면 홈런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팀 홈런 순위에서 4위(152개)로 처지며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올해는 5위(127개)로 더 미끄러졌다. 여기에 팀 타율(0.256)과 팀 OPS(0.706)는 8위, 팀 득점은 9위(609득점)까지 추락했다. 타자 친화 구장을 쓰는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3위에 안착해 준플레이오프 직행까지 해낸 이유는 역시나 마운드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은 3.36으로 리그 1위다. 철벽 마무리로 더 성장한 조병현, 녹슬지 않은 관록의 노경은은 물론이고 트레이드 영입생 김민, 빠른 발전을 일궈낸 이로운과 박시후 등 환상적인 계투진을 보유했다.
문제는 이 계투진이 포스트시즌 들어 승리를 지킬 일 자체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선발 투수들의 문제도 있겠지만, 마운드가 점수를 조금만 내줘도 따라갈 동력을 잃는 타선의 책임도 매우 크다.

포스트시즌 SSG의 팀 타격 지표는 타율 0.188(96타수 18안타) 4홈런 9타점 OPS 0.576으로 처참하다. 이마저도 3경기 연속 홈런으로 날아다니는 고명준(OPS 1.250)이 끌어 올린 것이다. 올가을 5타석 이상 들어선 SSG 선수 가운데 OPS 0.8을 넘는 선수는 고명준이 유일하다.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타율 0.167(12타수 2안타)로 부진하다. 이에 최정과 한유섬 둘만 사사구 6개를 몰아 얻을 만큼 견제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선수들이 이를 만회할 타격감을 보여 주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최지훈 정도만 타율 0.333(12타수 4안타)을 기록하는 정도.
그 결과 SSG는 3경기에서 도합 9득점만 올리며 쉽지 않은 시리즈를 보내고 있다. 만회할 기회도 얼마 없다. 오늘 열리는 4차전에서 지면 SSG의 시즌은 끝난다. 과연 그간 쌓여 온 ‘빈공’이라는 오명을 벼랑 끝에서 떨치고 팀을 구원할 수 있을까.

사진=SSG 랜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