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0.056’ 오타니, 원정에서는 마운드 안 서고 타격에만 집중할까…다저스, 1차전 스넬·2차전 야마모토 선발 예고

[SPORTALKOREA] 한휘 기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슬럼프에 빠진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원정에서는 타격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13일(이하 한국시각) 진행된 2025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기자회견에서 오타니가 1, 2차전에 투수로 나서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 대신 블레이크 스넬을 1차전에,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2차전에 내보낸다. 이 둘이 4일 휴식 후 등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옵션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타니는 ‘특정 시점’에 출격할 것이라며 아직 정확한 등판 일정을 정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오타니는 지난 5일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NL 디비전 시리즈(NLDS) 1차전에 선발 등판하며 투수로서 MLB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치렀다. 동시에 MLB 역사상 처음으로 한 포스트시즌에서 투수와 야수로 각각 선발 출전하는 진기록도 남겼다.
투구 결과도 좋았다. 2회에만 3점을 내줬을 뿐 나머지 이닝에서 필라델피아의 강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6이닝 3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5-3 역전승을 거두며 오타니도 첫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오타니의 호투로 1차전을 잡아낸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NLCS에 선착했다. 내일(14일)부터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2년 연속 NL 제패에 도전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투수’가 아닌 ‘타자’ 오타니의 부진이다. 신시내티 레즈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NLDS에서 방망이가 급격히 식었다. 4경기에서 타율 0.056(18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 OPS 0.206에 그친다.
지난해에도 포스트시즌 들어 일시적으로 부진한 시기가 있었다. 월드 시리즈에서는 타율 0.105(19타수 2안타)에 홈런은 하나도 못 치면서 집중 견제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단일 시리즈에서 타율이 1할 밑으로 처진 것은 유례가 없다.
필라델피아가 오타니를 저격하기 위해 줄줄이 투입한 좌완 투수들을 거의 이겨내지 못했다. 20타석에서 삼진만 9번이나 당할 만큼 공을 배트에 맞히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중이다.
적어도 MLB 기준으로는 투수보다 타자로 더 빛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투수로도 ‘사이 영 컨텐더’의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다소 기복이 있는 것과 달리 타자로는 수년간 MVP 유력 후보의 지위를 내려놓지 않았다.

다저스 역시 오타니가 경기 내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서는 1번 타자 자리에서 팀을 이끌길 바란다. 하지만 그런 오타니가 ‘오푼이’가 된 것은 상정하지 않은 악재다.
그래선지 다저스도 일단 오타니가 타격에 집중할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가 1, 2차전에 등판하지 않는 이상 3~5차전 중에 투입될 것이 유력하다. 3차전에 투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연스레 6, 7차전에 등판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그렇다면 오타니는 원정 등판 없이 홈 출격 1회만 소화하면 된다. 마운드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줄어드는 만큼, 타격 반등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
물론 어디까지나 ‘구상’이다. 결국 오타니가 살아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규시즌 다저스가 밀워키 상대 ‘전패’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오타니는 홈런 3개를 포함해 OPS 1.066으로 선전했다는 것. 좋은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