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1.16→4구 강판→출전 명단 제외’ 악몽의 가을 떨쳐낸 70억 우완…올해 2번째 무실점 쾌투 나왔다 [준PO 1차…

[SPORTALKOREA] 한휘 기자= 10년 동안 악몽과도 같은 가을을 보내던 최원태(삼성 라이온즈)가 ‘반전 드라마’를 썼다.
최원태는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이날 삼성이 최원태를 선발 투수로 예고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최원태는 가을과 질긴 악연을 보유한 선수다. 데뷔 초부터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 아예 출전하지도 못한 적이 많았다. 그나마 출전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부진에 시달렸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이던 2019년 첫 가을야구부터 3경기 7이닝 12실점이라는 최악의 투구로 팀의 준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2022년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호투했으나 현재 팬들의 기억에 남은 모습은 SSG 랜더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김강민에게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맞은 것이다.
2023년 LG 트윈스로 이적한 후로도 2년 내내 제 경기력을 선보인 적이 없다. 이런 탓에 올 시즌 전까지 최원태의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17경기(6선발) 25이닝 2승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11.16으로 부진을 넘어 처참한 수준이었다.

올해도 가을의 악몽이 이어지는 듯했다. 6일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7회 초 구원 등판했으나 첫 타자 맷 데이비슨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이어 권희동에게 초구 볼을 던진 후 강판당했다. 투구 수는 단 4개였다.
이날의 여파로 멘탈이 크게 흔들린 탓에 박진만 삼성 감독은 2차전 출전 명단에서 최원태를 빼버렸다. 투수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에서 전날 공을 4개밖에 안 던진 선수를 제외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런 최원태가 1차전 선발로 낙점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아리엘 후라도와 원태인을 전부 소모했고, 헤르손 가라비토도 2차전에 나와 최원태만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 팬들의 기대는 0에 수렴하는 수준이었다. 때마침 경기장도 김강민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은 그 곳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여니 우리가 알던 최원태가 아니었다. 종종 정타가 수비 정면으로 향하는 운도 따랐지만, 전반적으로 SSG 타선을 효과적으로 정리했다. 1회부터 삼자범퇴를 기록했고, 3회는 ‘KKK’로 정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4회는 볼넷 하나로 막고 5회는 삼자범퇴 처리했다. 6회 1사 후 박성한을 안타로 내보냈으나 안상현과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전부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결국 최원태의 호투가 발판이 되며 삼성이 1차전을 5-2로 잡아냈다.
‘인생투’였다. 최원태는 그간 포스트시즌에서 6이닝은 고사하고 5이닝도 던져본 적이 없다. 키움 시절이던 2019년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이닝 5실점을 기록한 것이 최다 이닝이었다. 그런데 이를 넘다 못해 무실점 호투까지 펼쳤다.
올해 정규시즌 최원태가 선발 등판을 무실점으로 마친 것은 6월 10일 KIA 타이거즈전(6이닝 2피안타 3볼넷 7탈삼진)이 유일했다. 올해 2번째 무실점 호투가 이 중요한 경기에서 나온 것이다. 당연히 데일리 MVP도 그의 차지.

최원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4년 총액 70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LG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탓에 ‘오버페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실제로 정규시즌 성적은 27경기(24선발) 124⅓이닝 8승 7패 평균자책점 4.92로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펼친 ‘인생투’로 단숨에 평가가 올라갔다. 만약 그간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부진을 올해 완전히 떨칠 수 있다면, 삼성의 최종 결과와 무관히 최원태 본인에게 큰 의미를 갖는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