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aaa Yankee Lose!” 뉴욕을 농락한 ‘캐나다인’, 7041억 몸값 한다…‘타율 0.529’ 불방망이에 수비도 …

[SPORTALKOREA] 한휘 기자= 완벽한 공격력, 깔끔한 수비력, 그리고 화려한 인터뷰까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뉴욕 양키스를 말 그대로 ‘농락’했다.
게레로 주니어는 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뉴욕의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ALDS) 4차전에 3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유일한 안타가 매우 귀중한 점수로 이어졌다. 1회 초 1사 2루 기회에서 양키스 선발 투수 캠 슐리틀러를 상대로 깨끗한 우전 안타를 날렸다. 2루에 있던 조지 스프링어가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만들었다.
전날 양키스의 ‘화력’에 당하며 패전을 기록한 토론토였다. 시리즈가 5차전까지 끌리지 않으려면 오늘 기선제압이 중요했다. 그런데 게레로 주니어가 해결사다운 면모를 발휘하며 토론토에 먼저 한 점을 안겼다.
경기 막판에는 수비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9회 말 1사 2루에서 트렌트 그리샴의 타구가 1·2루 간으로 빠르게 굴러갔다. 이를 게레로 주니어가 미끄러지며 백핸드로 완벽히 잡았다. 곧바로 투수 제프 호프먼에게 던져 타자 주자를 아웃 처리했다.
이러한 활약과 함께 토론토는 5-2로 이겼다. 1, 2차전에 이어 4차전을 잡아낸 토론토는 3승 1패로 시리즈를 승리로 장식하며 AL 챔피언십 시리즈(ALCS)로 향했다. 2016년 이후 9년 만에 ALCS 무대를 밟는다.

토론토의 상승세를 이끈 선수가 바로 게레로 주니어다. 데뷔 초부터 ‘특급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성적에 기복도 있었으나 올해 타율 0.292 23홈런 84타점 OPS 0.848로 선전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가운데 팀에서 2번째로 높은 OPS였다.
준수한 타격과 달리 수비는 약점으로 곱혔다. 그런데 올해 DRS(수비 런세이브) 8, OAA(평균 대비 아웃 기여) -2, FRV(수비 득점 가치) -1을 기록했다. DRS를 제외하면 객관적으로 좋은 지표는 아니나 게레로 주니어에겐 ‘커리어 하이’다.
토론토는 지난 4월 초 내년부터 시작하는 14년 5억 달러(약 7,113억 원)의 초대형 연장 계약을 맺었다. 공격과 수비 모두 흠 없는 ‘완성형 1루수’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점을 고려한 ‘통 큰 투자’다.

그런데 토론토가 게레로 주니어를 대우한 이유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토론토는 현재 MLB 유일의 캐나다 연고 야구단이다. 그리고 게레로 주니어는 토론토를 넘어 캐나다 내 MLB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돼가고 있다.
게레로 주니어의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캐나다를 연고로 한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의 ‘전설’이다. 몬트리올이 더 이상 캐나다에 남지 않은 현 상황상 게레로는 몬트리올을 넘어 캐나다 내 MLB 팬들의 지지를 받는 존재가 됐다.
그런데 그의 아들인 게레로 주니어는 아예 캐나다 국적까지 갖고 있다. 아버지가 몬트리올에서 뛰던 시절에 몬트리올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론토 산하 마이너 구단에서 성장해 빅리그까지 올라섰다. 캐나다 팬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레로 주니어도 캐나다를 특별히 여긴다. ‘도미니칸’의 정체성을 가졌으나 토론토를 ‘제2의 고향’으로 부른다. 여기에 아버지의 영향도 받았는지, 토론토와 반대로 미국 야구의 ‘아이콘’이면서 같은 지구 라이벌이기도 한 양키스를 도발하는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토론토와 양키스가 역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만났다. 모두의 시선이 게레로 주니어에게 몰렸다. 그리고 게레로 주니어는 이번 ALDS에서 타율 0.529(17타수 9안타) 3홈런 9타점 OPS 1.609로 양키스를 손수 무너뜨렸다.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도 완벽했다. 토론토가 양키스를 압도하는 그 선봉에 게레로 주니어가 있었다. 뉴욕의 자존심을 ‘캐나다인’ 게레로 주니어가 캐나다 연고 구단 유니폼을 입고 꺾어버린 셈이다.

결말마저 완벽했다. 게레로 주니어는 경기 후 ‘폭스스포츠’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샴페인에 흠뻑 젖은 채 “Daaaa Yankee Lose!”라고 외치며 양키스를 ‘농락’했다.
이 문구의 원조는 양키스의 ‘철천지 원수’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설’ 데이비드 오티즈다. 폭스스포츠의 패널인 오티즈가 양키스가 질 때면 “Daaaa Yankees Lose”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를 오티즈가 보는 앞에서 따라 한 것이다. 심지어 이날 패널 중에는 양키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데릭 지터와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있었다.
의도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오티즈가 ‘양키스(Yankees)’라고 말한 것과 달리 게레로 주니어는 ‘양키(Yankee)’라고 발음했다. 단순 실수일 수도 있지만, ‘미국’을 향한 도발이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오늘 게레로 주니어는 끝까지 완벽한 ‘캐나다 대표’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폭스스포츠 공식 X(구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