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루사? 담장 넘기면 그만이야! ‘7타수 무안타’ 홈런왕 부활 선언…138.7m 레이저빔, 발사각 42도 곡사포 다 터졌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황당한 주루사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홈런 2개 정도 쳤으면 용서된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카일 슈와버는 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 3차전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2홈런) 1볼넷 3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1~2차전에서 필라델피아가 연패를 기록하는 데 큰 책임이 있던 슈와버다. 정규시즌 ‘홈런왕’에 오른 위엄이 무색하게 2경기 합산 7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팀은 탈락 위기에 몰렸다.

오늘도 첫 타석에서 땅볼로 물러나며 부진이 길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벼랑 끝에서 슈와버가 끝내 살아났다. 팀이 0-1로 밀리던 4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섰다. 2-0 카운트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3구 높은 패스트볼을 통타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는 타구가 날아갔다.
어마어마하게 까마득하게 날아갔다. 관중석 최상단에 꽂혔다. 타구 속도는 시속 117.2마일(약 188.6km), 그리고 비거리는 무려 455피트(약 138.7m)였다. 다저 스타디움의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이 홈런이 분위기를 바꿨다.
그런데 어이없는 주루 실수로 이날 세운 공에 흠집이 났다. 3-1로 앞선 7회 초 1사 1, 2루의 달아날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볼넷을 골라 1루에 있던 슈와버가 어이없는 주루 실수를 범했다. 포수 윌 스미스의 1루 견제에 허무하게 걸려 아웃당했다. 결국 추가 득점 실패로 이어졌다.

하지만 실수를 곧바로 만회했다. 8회 초 필라델피아가 6-1로 달아난 가운데 슈와버가 타석에 돌아왔다. 클레이튼 커쇼의 초구 속구를 통타해 우측 담장을 살짝 넘겼다. 7점 차까지 도망가는 투런포가 터졌다.
발사각도는 무려 42도였다. 맞는 당시에는 홈런을 생각하기 힘든 수준으로 공이 높게 떴다. 하지만 힘이 제대로 실렸다. 타구 속도는 시속 108.6마일(약 174.8km)이 기록됐다. 담장 상단을 맞고 넘어갔다.
이 홈런으로 쐐기를 박은 필라델피아는 8-2로 올해 포스트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공수 양면에서 밸런스가 잘 잡힌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슈와버는 올가을 필라델피아 타선의 ‘키플레이어’였다. 정규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0 56홈런 132타점 OPS 0.928로 NL 홈런-타점 2관왕에 올랐다. 올해 팀에서 가장 높은 OPS를 기록할 만큼 타선의 중핵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런 슈와버가 침묵하면서 팀의 부진에 일조하고 있었다. 필라델피아가 홈 2경기를 죄다 내준 데는 타선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트레이 터너와 브라이스 하퍼도 침체를 겪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슈와버였다.
하지만 팀이 벼랑 끝에 몰리니 드디어 힘을 내기 시작했다. 하나는 레이저빔으로, 하나는 곡사포로 담장을 넘겨버리며 본인의 가치를 드러냈다. 가을에 좋은 모습을 보이는 그답게 포스트시즌 통산 홈런 개수도 23개로 늘었다.
MLB 포스트시즌 5전 3선승제 역사상 2패 후 3승을 따낸 ‘리버스 스윕’은 역사상 단 10번 있었다. 과연 필라델피아가 슈와버의 홈런 2방을 기점으로 분위기를 바꾸고 11번째로 이 대업을 달성할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