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격’ 홈런 2방 맞고 5실점 와르르, 은퇴할 때까지 ‘가을 트라우마’ 못 벗어나나…커쇼도 ‘악몽의 8회’ 못 피했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는 이대로 은퇴할 때까지 ‘가을 트라우마’를 떨치지 못하는 걸까.
커쇼는 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 3차전에 출전했으나 2이닝 6피안타(2피홈런) 3볼넷 5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커쇼는 팀이 1-3으로 밀리던 7회 초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추가 실점 없이 남은 이닝을 막아 역전을 도모하고, 동시에 커쇼가 긴 이닝을 소화해 불펜진을 아끼기 위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선택이었다. 홈 팬들의 열화와 같은 우레 속에 마운드에 섰다.

하지만 투구 내용은 불안했다. 등판 직후 주자 2명을 내보냈다. 그나마 브라이스 하퍼의 좋은 타구가 우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 잡혔고, 카일 슈와버가 뼈아픈 주루 실수를 범하며 견제사로 물러났다. 결국 2사 만루에서 브랜든 마시를 우익수 직선타로 잡아 실점을 막았다.
문제는 8회였다. 선두 타자 J.T. 리얼뮤토에게 좌중간 담장을 넘는 홈런을 맞았다. 여기에 볼넷과 수비 실책으로 주자가 쌓이더니 1사 2, 3루에서 트레이 터너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3점을 내줬다.

끝이 아니었다. 타석에 돌아온 슈와버가 초구 패스트볼을 통타해 우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발사각도가 무려 42도에 달했음에도 힘이 워낙 좋아 홈런이 됐다. 7회까지 1-3이던 스코어는 순식간에 1-8이 됐다. 결국 경기도 다저스의 2-8 패배로 끝났다.
다저스는 1, 2차전을 내리 따내며 NL 챔피언십 시리즈(NLCS) 진출에 1승만을 남겨뒀다. 하지만 이날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5회도 못 채우고 강판당하며 불안감을 남기더니, 커쇼마저 와르르 무너지며 경기를 내줬다.

사실 올해 포스트시즌 다저스는 8회에 유독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불펜 투수들이 정규시즌부터 부진했던 탓에 선발 자원을 돌려서 쓰고 있지만, 그럼에도 8회만 되면 이상할 정도로 흔들린다. 이 경기 전까지 4경기에서 6점을 헌납했다.
이러한 ‘악몽의 8회’라는 불씨는 이번 경기에서 기름을 만나 활활 타올랐다. ‘가을 커쇼’였다.
통산 223승 평균자책점 2.53에 탈삼진 3,052개를 기록하며 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해 둔 커쇼지만, 커리어의 ‘옥에 티’가 바로 포스트시즌이다. 이 경기 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39경기(32선발) 13승 13패 평균자책점 4.49로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팀이 월드 시리즈를 제패한 2020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93으로 호투하며 징크스를 깨는 듯했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1경기씩 나와 도합 평균자책점 15.19(5⅓이닝 9실점)로 무너졌다. 지난해 팀이 우승하는 와중에는 부상으로 아예 로스터에 들지도 못했다.

커쇼는 지난 9월 19일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가을이 커쇼의 생애 마지막 포스트시즌이 될 전망이다. ‘가을 바보’라는 악평을 떨칠 기회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지긋지긋하던 징크스를 극복하고, 팀의 우승을 이끌며 은퇴한다면 이 이상 완벽한 피날레는 없으리라. 하지만 포스트시즌 첫 등판부터 제대로 무너지면서 오히려 ‘가을 커쇼’의 악명만 드높인 꼴이 됐다.
물론 가을은 이제 초입이다. 다저스도 이번에 한 경기를 내줬을 뿐, 여전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만약 커쇼가 남은 기간 안에 명예를 되살리고 박수와 함께 유니폼을 벗을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