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정말 작두 탔네! 철저한 '로버' 시스템으로 필리스 압도, 롭 톰슨은 용병술 대실패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10년 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롭 톰슨 필라델피아 필리스 감독에게 한 수를 가르쳐주고 있다.
다저스는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이날 양 팀은 선발 투수로 블레이크 스넬과 헤수스 러자르도를 투입했다. 둘은 5회까지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스넬은 5회까지 안타 1개만을 내주며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고, 러자르도 역시 1회 1사 1, 2루 위기를 넘긴 뒤 14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갔다.
6회 초 러자르도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반면 스넬은 흔들렸다. 트레이 터너, 카일 슈와버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냈다. 평소와 같았으면 브라이스 하퍼를 상대한 뒤 '좌우놀이'에 따라 알렉 봄의 타석 때 블레이크 트라이넨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로버츠는 스넬을 믿었고, 그는 봄을 3루 땅볼로 처리해 위기를 이겨냈다.

필리스는 7회에도 러자르도를 올렸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러자르도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프레디 프리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2, 3루에 몰렸다. 그제야 톰슨은 불펜을 준비했고, 오리온 커클링을 마운드에 올렸다. 커클링은 토미 에드먼을 헛스윙 삼진으로 정리했으나 키케 에르난데스에게 불운의 안타를 맞아 1실점을 내줬다. 이어 맥스 먼시를 볼넷, 윌 스미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뒤 맷 스트람에게 공을 넘겼다.
톰슨은 '좌우놀이'에 따라 좌투수에 약한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스트람을 올린 상황. 하지만 이는 패착이었다. 스트람은 지난 경기부터 공이 좋지 않았고, 오타니에게 1타점 결승 적시타를 맞았다.

반대로 로버츠는 주자가 있는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릴 수 있는 트라이넨을 뒤로 빼고 이번에도 '로버' 시스템을 가동했다. 선발 투수인 에밋 시핸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시핸은 7회를 퍼펙트로 잠재웠고 8회 앤디 파헤스의 아쉬운 수비 실수로 1실점을 기록했으나 슈와버-하퍼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저지했다.
9회 3점 차에서 다저스는 트라이넨을 내세웠다. 트라이넨은 연속 3안타를 맞고 2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뒤에는 알렉 베시아와 사사키 로키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둘은 1이닝을 실점 없이 정리했고, 경기는 다저스의 승리로 끝났다.

로버츠가 9회 곧바로 사사키를 올리지 않은 부분은 유일한 흠으로 남았으나 이 역시도 이유가 있었다. 사사키는 그동안 전문 불펜 투수로 활약한 적이 없기에 몸이 풀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유형이다. 따라서 최대한 사사키를 아끼고 트라이넨, 베시아에서 끝내고 싶었던 것이다.
지난해부터 로버츠는 '쓸 선수만 쓴다'는 전략으로 불펜 투수의 역할을 확실하게 정했다. 당시 다니엘 허드슨, 브렌트 허니웰 주니어 등이 패전조로 나서 오랜 시간을 버티며 필승조가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필승조는 본연의 임무를 다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 시리즈에도 로버츠는 태너 스캇과 같이 정규리그에서 무너진 선수는 완전히 필승조에서 배제했다. 대신 타일러 글래스나우, 사사키, 시핸 등 선발 투수를 불펜으로 활용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버티고 있다.

반면 톰슨은 지난 1차전에서도 6회 투수 교체 타이밍을 늦게 가져가 키케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데 이어 7회 불안했던 데이비드 로버트슨을 투입해 실패를 맛봤다. 이날 역시 태너 뱅스, 조안 듀란 등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 더 확실하게 막아줄 수 있는 선수들이 있음에도 정석대로 마운드를 운영했지만 결국 낭패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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