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신 강림’ 주자 있는 상황도 OK, 사사키가 다저스 참패 막았다…‘159.8km’ 속구로 땅볼 유도, 2G 연속 SV 수…

[SPORTALKOREA] 한휘 기자= ‘대마신’의 영혼이 잠깐 사사키 로키(LA 다저스)에게 들어온 걸까.
사사키는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2025 MLB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 2차전에 구원 등판해 ⅓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했다.
당초 다저스는 사사키를 쓸 생각이 아니었다. 경기 후반부에 불펜에서 몸을 잠시 풀었으나 스코어가 4-0으로 벌어지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몸이 식었다. 안 그래도 사사키는 몸이 늦게 풀리는 편이다. 다시 공을 던지고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런데 다저스의 불안한 불펜진이 발목을 잡았다. 8회 에밋 시핸이 한 점을 내줬다. 그나마 추가 실점을 막고 9회로 배턴을 넘겼지만, 정규시즌 내내 부진하던 블레이크 트라이넨이 ‘불쇼’를 선보이며 경기는 1점 차가 됐다.
다저스는 결국 다시 사사키에게 몸을 풀 것을 지시했다. 마운드에는 좌완 알렉스 베시아가 올랐다. 2아웃까지 잡았으나 안타도 하나를 맞으며 1, 3루가 됐다. 결국 다저스는 트레이 터너의 타석에서 사사키를 투입했다.

사사키는 선발 투수다. 통산 구원 등판 횟수 자체가 적다. 하물며 1점 차로 쫓기는 상황에서 득점권에 주자를 둔 채 세이브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그 악명 높은 필라델피아 원정. 부담이 클 법도 했다.
하지만 사사키는 굳건했다. 초구 스플리터가 살짝 날렸지만, 패스트볼이 있었다. 2구째로 칠 테면 쳐보라는 듯 시속 99.3마일(약 159.8km)의 강속구를 몸쪽에 꽂았다. 터너의 방망이가 돌았다. 힘없이 구른 타구는 2루수 토미 에드먼에게 잡혔다. 에드먼의 송구가 조금 부정확했지만,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이 건져냈다.
결국 사사키가 경기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으며 다저스가 시리즈 전적을 2승 0패로 만들었다. 4-0으로 앞서다가 8~9회에만 3점을 내줬고, 9회 말 시작 당시 96.2%였던 승리 확률은 한때 56.2%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사사키는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일본 무대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사사키는 올해 다저스와 계약하며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어깨 부상 여파로 아쉬운 첫해를 보냈다. 정규시즌 10경기(8선발) 36⅓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4.46의 평이한 성적만 남겼다.
그런데 부상을 털고 9월에 돌아오더니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불펜으로 전환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정규시즌 막판 2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여세를 몰아 포스트시즌 로스터에도 포함됐다.
놀랍게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마무리 투수로 사사키를 낙점했다. 지난 2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NL 와일드카드 시리즈(NLWC) 2차전 팀이 8-4로 앞선 9회 초에 구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퍼펙트’로 강렬한 가을야구 데뷔전을 치렀다.
5일 열린 NLDS 1차전에서는 3점 차에서 9회 등판해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챙겼다. 그러더니 오늘은 주자가 득점권에 있는 상황에서 긴급히 올라와 2경기 연달아 세이브를 수확했다. 마무리 투수로써 완성도가 점점 좋아진다.

공교롭게도 ‘사사키’라는 성을 쓰는 전설적인 일본인 마무리 투수가 있었다. ‘대마인’ 사사키 카즈히로다. 1990년대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에서 NPB 최고의 ‘클로저’로 군림했고, 2000년부터 4년간 시애틀 매리너스의 뒷문을 지키며 아시아인 역대 최다인 통산 129세이브를 챙겼다.
‘대마신’이 일본으로 돌아가고 어언 22년이 흘렀다. 그와 같은 성을 쓰는 일본인 후배로부터 그의 향기가 다시 나기 시작했다. 사사키가 ‘대마신’의 의지를 이어 다저스를 더 높은 곳으로 보낼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