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3수→방출→우승→1년 만에 다시 방출’ 지난해의 불꽃은 어디로…‘201안타’ 서건창, 내년에 1군에서 다시 볼 수 있을…

[SPORTALKOREA] 한휘 기자= 지난해 오랜만에 거세게 타던 서건창의 불꽃을 내년에도 다시 볼 수 있을까.
KIA 타이거즈는 지난 5일 5명의 선수를 방출했다. 투수 김승현과 박준표, 내야수 서건창을 웨이버 공시하고 투수 강병우와 외야수 예진원의 육성선수 말소를 요청했다. 은퇴 의사를 밝힌 투수 홍원빈은 임의해지 처리됐다.
1군에서 여러 차례 이름을 보인 선수들이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나 서건창이다. 2024년 KIA에 합류해 2시즌 간 활약했으나 끝내 올해를 끝으로 동행을 마감하게 됐다.

서건창은 ‘신고선수 신화’를 쓴 대표적인 선수다. 2008년 신고선수로 LG 트윈스에 입단했으나 별다른 활약 없이 2년 만에 방출당했고, 군 복무를 마치고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해 리그 최고의 2루수로 성장했다. 2014년에는 201개의 안타로 KBO리그 사상 첫 한 시즌 200안타 고지를 밟는 역사를 썼다.
하지만 무릎 십자인대 부상이 커리어에 크나큰 변곡점이 됐다. 강점이던 수비력과 주루 능력이 빠르게 쇠퇴했다. 타격은 여전했으나 이마저도 ‘예비 FA’ 시즌이던 2021년 들어 타율이 0.259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도드라졌다.
이에 키움은 정찬헌과의 맞트레이드로 서건창을 LG로 보냈다. 서건창의 야구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이 시작됐다. 이적 후 남은 시즌 OPS가 0.655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했다. 끝내 FA 신청을 미루고 훗날을 도모했다.
부진이 점점 길어졌다. 2022시즌과 2023시즌 모두 ‘멘도사 라인’의 타율을 기록하며 좀체 제 모습을 찾지 못했다. 불안한 수비 탓에 타격에서 제 몫을 해야 했는데, 타격마저 안 되니 1군 기회가 점점 줄어만 갔다. FA 신청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서건창은 2023시즌 후에도 FA 신청을 포기하며 ‘3수’를 택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외면받았다. 결국 허망하게 방출당하는 신세가 됐다. 키움 시절 1,066경기에서 1,236개의 안타, 통산 타율 0.307과 OPS 0.805를 기록했는데, LG에서는 190경기 129안타에 타율 0.228 OPS 0.613으로 다른 사람이 됐다.
무적 신세가 된 서건창은 고향팀 KIA에 합류했다. 연봉은 보장액 5,000만 원에 옵션 충족시 최대 1억 2,000만 원. 그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금액이었지만, 놀랍게도 서건창은 뒤늦게 반등을 시작했다.

지난해 서건창은 94경기에서 타율 0.310 1홈런 26타점 OPS 0.820으로 활약했다. 94경기 248타석에 그친 만큼 표본이 적긴 해도 전성기에 준하는 수준이다. ABS 도입의 수혜를 보며 출루율은 무려 0.416이 기록됐다.
왼손 대타 요원 겸 로테이션 멤버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KIA의 우승에도 힘을 보탰다. 이에 미뤄 오던 FA도 신청했다. 무려 4수 끝에 1+1년 5억 원에 KIA와 재계약했다. 금액은 적어도 계약 자체가 의미 있는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의 모습은 이어지지 않았다. 올해 1군에서 단 10경기만 출전했다. 성적은 타율 0.136 1홈런 2타점 OPS 0.526으로 초라했다. 오선우와 고종욱 등 비슷한 역할의 선수들이 1군에 안착하며 서건창은 자리를 잃었고, 결국 FA 계약 1년 만에 방출의 칼바람을 맞았다.
향후 행보는 아직 알 수 없다. 함께 팀을 떠난 홍원빈이 은퇴 의사를 명확히 한 것과 달리 서건창은 단순한 웨이버 공시다. 서건창 본인의 현역 연장 의지만 있다면, 반등을 기대하고 영입을 검토하는 구단도 있을 법하다. 과연 내년에도 서건창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