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한테 밀릴 뻔한 선수가 영웅 됐다! ‘사이 영 에이스’ 상대 멀티 홈런 폭발… 110억이 저렴해 보이는 맹타

[SPORTALKOREA] 한휘 기자= 한때 김혜성(LA 다저스)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쫓겨날 뻔했던 선수가 이제 팀의 영웅이 됐다.
시애틀 매리너스 호르헤 폴랑코는 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ALDS) 2차전에 4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2홈런)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첫 타석에서 힘없이 물러난 폴랑코는 4회 말 2번째 타석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2-0 카운트에서 3구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렸다. 놓치지 않고 통타해 좌중간 담장을 넘는 비거리 392피트(약 119.4m)짜리 솔로 홈런. 0의 균형을 깨는 대포가 터졌다.
멈추지 않았다. 6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또 담장을 넘겼다. 3-2 풀카운트에서 승부구로 던진 시속 99.1마일(약 159.5km) 싱커가 가운데로 몰렸다. 제대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애틀의 리드가 2점으로 벌어졌다.


‘멀티 홈런’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런데 심지어 이날 디트로이트 선발 투수는 타릭 스쿠발이었다. 지난해 AL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3관왕)을 차지해 사이 영 상을 받았다. 올해도 2연패가 유력하다.
이날 시애틀 타선은 스쿠발을 상대로 7회까지 삼진을 9번이나 당하는 동안 안타 5개와 볼넷 1개만 간신히 얻어냈다. 그 와중에 폴랑코 혼자 담장을 2번이나 넘기며 유일하게 스쿠발을 제대로 공략해냈다.
결국 이 홈런이 시애틀을 구했다. 8회 초 2점을 내줬으나 그래도 동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8회 말 1사 2루에서 훌리오 로드리게스가 결승 1타점 2루타를 작렬하며 3-2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맞추고 휴식일을 맞이한다.
전날 시애틀은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2-3으로 졌다. 2차전에 스쿠발이 나올 예정인데 1차전을 내주며 순식간에 시리즈 전망이 심하게 어두워졌다. 하지만 폴랑코가 스쿠발을 공략해내며 시애틀이 다시 희망을 품게 됐다.

사실 폴랑코는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부터 장타력을 갖춘 2루수로 유명했다. 2021시즌에는 홈런 33개를 날리며 당해 MLB 전체 2루수 가운데 홈런 순위 3위에 자리하기도 했다. 2023년까지 통산 1,088경기에서 154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 시애틀로 트레이드된 후 평가가 급락했다. 타율 0.213 16홈런 45타점 OPS 0.651로 완전히 무너졌다. 주전 2루수의 모습을 기대하던 시애틀은 크게 실망했다. 평소 성적이라면 무난히 실행됐을 1,200만 달러(약 170억 원) 규모의 1년 계약 연장 옵션도 구단이 포기했다.

이러한 폴랑코의 부진에 시애틀은 겨우내 새 2루수를 노리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김혜성이었다. 다저스와의 계약이 발표되기 전까지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꼽혔던 팀이 바로 시애틀이다. 김하성(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과 함께 영입한다는 소문마저 나왔다. 폴랑코가 ‘김혜성 영입설’의 원인 제공자였던 셈이다.
김혜성을 놓친 시애틀은 결국 폴랑코와 1년짜리 재계약을 맺었다. 연봉은 775만 달러(약 110억 원)로 대폭 삭감됐다. 정규시즌 138경기에서 타율 0.265 26홈런 78타점 OPS 0.821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명타자로 주로 나서며 2루수 출전이 35경기에 불과하긴 했지만, 그 35경기에서 OPS 0.823을 기록할 정도로 확실히 타격감 자체가 나아졌다. 결국 그 흐름이 포스트시즌으로 이어지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110억 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