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9일이 걸렸다’ 이래서 132억 투자했구나, 건강한 구창모는 누가 뭐래도 ‘에이스’…기적의 NC, ‘업셋’ 완성할 수 있…

[SPORTALKOREA] 한휘 기자= 879일. NC 다이노스의 ‘좌완 에이스’라는 칭호가 붙은 이유를 제대로 증명하기까지 걸린 기다림의 시간이다.
NC 구창모는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5 신한 SOL뱅크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범타를 알차게 유도했다. 1회부터 선두 타자 이재현을 내보냈으나 김성윤을 삼진, 구자욱을 1루수 병살타로 잡고 이닝을 정리했다. 2회에는 1사 후 김영웅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강민호와 김지찬을 연달아 땅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3회에도 2사 후 이재현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고, 4회에는 경기 처음으로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5회에 이성규에게 추격의 솔로포를 맞았으나 6회를 안타 하나만 맞고 실점 없이 틀어막았다. 제 몫을 완벽히 하고 7회부터 불펜진에 배턴을 넘겼다.
구창모의 호투에 타선도 힘을 보탰다. 1회 1사 1, 2루에서 맷 데이비슨의 1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다. 2회에는 이우성의 2루타를 시작으로 만든 1사 3루에서 김휘집의 땅볼 타점을 올렸다. 이어 5회 초 김형준의 솔로포와 데이비슨의 1타점 2루타로 격차를 벌렸다.
결국 구창모 이후 김영규-전사민-김진호가 1이닝씩 무실점으로 정리하며 NC의 4-1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이로써 NC는 지난해 KT 위즈가 처음으로 달성한 5위 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구창모의 호투 덕이다. NC는 지난 4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에이스’ 라일리 톰슨을 소모했다. 로건 앨런은 후반기 심각하게 부진했다. 신민혁을 1차전에 내보내기엔 불안감이 크다. 마땅히 던질 선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구창모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 희소식이었다. 지난달 30일 KT전에서 구원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2볼넷 9탈삼진이라는 ‘괴력투’로 팀의 연승에 힘을 보탰다. 이에 이호준 NC 감독은 구창모를 1차전 선발 투수로 낙점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부상과 상무 입대 등으로 공백기가 길었다. 구창모가 마지막으로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한 것은 2023년 5월 11일 KT전(6⅓이닝 1실점)이다. 그로부터 879일 만에 QS를 기록했다. 그것도 팀의 명운이 걸린 ‘벼랑 끝’에서 말이다.
포스트시즌으로 범위를 더 좁히면 무려 5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2020년 11월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중립 경기로 치러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다. 당시 구창모는 7이닝 무실점 쾌투로 팀의 승리를 견인한 바 있다. 일수로는 무려 1,778일 전이다.

구창모는 2023시즌을 앞두고 최대 7년 132억 원 규모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국대급’으로 성장한 팀의 좌완 에이스를 미리 붙잡았다. 문제는 부상. 안 그래도 자주 다치던 구창모는 2023년 단 11경기 출전에 그치고 병역 의무를 수행하러 갔다.
상무에서도 2년 동안 단 11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전역 후로도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아 2군 신세를 졌다. 복귀전은 지난 9월 7일 KIA 타이거즈전.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서야 다시금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구창모는 본인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여전히 ‘에이스’의 자질을 지니고 있음을 만천하에 증명했다. 1차전 MVP 역시 그의 몫이었다. 덕분에 9연승으로 정규시즌을 마친 NC도 포스트시즌을 합쳐 ‘비공식 10연승’을 질주했다.
NC는 시즌 막판 문자 그대로 ‘기적’을 쓰며 가을야구행 막차를 탔다. 그 과정에서 구창모의 KT전 호투가 큰 힘이 된 것은 명백한 사실. 포스트시즌에서도 구창모를 앞세워 기적을 더 길게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뉴스1, NC 다이노스 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