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하는 게 뭐야?’ 홈런·안타·호수비 ‘풀패키지’, 7041억 가치 증명 성공…‘괴수의 아들’과 함께 토론토 ‘기선제압’

[SPORTALKOREA] 한휘 기자= ‘괴수의 아들’은 이제 못 하는 게 없는 1루수가 됐을 지도 모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5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ALDS) 1차전에 3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첫 타석부터 기선을 제압하는 한 방을 날렸다.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양키스 선발 투수 루이스 힐의 4구 몸쪽 체인지업을 제대로 잡아당겼다. 큰 포물선을 그리며 좌측으로 비행한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방망이가 쉬지 않았다. 3회 말 2번째 타석에서도 우전 안타를 터뜨리며 힐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7회 4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추가했고,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타를 신고하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심지어 호수비까지 펼쳤다. 2회 말 1사 1루에서 라이언 맥맨이 총알 같은 라이너 타구를 날렸다. 당연히 우전 안타 내지 2루타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게레로 주니어가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았다. 1루 주자가 귀루하지 못했다. 게레로 주니어 혼자 아웃 카운트 2개를 올렸다.
게레로 주니어의 맹활약 속에 토론토는 10-1로 크게 이겼다. 정규시즌 양키스와 동률인 94승 68패(승률 0.580)를 기록한 토론토는 상대 전적에서 앞서 AL 동부지구 1위를 차지하고 ALDS에 직행했다. 그리고 첫 경기를 가져가며 성공적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 중심에 게레로 주니어가 있었다. 빅리그 데뷔 전부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선수다. 아버지 ‘괴수’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캐나다 연고 구단인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맹활약한 덕택이다. 현재는 토론토가 유일한 캐나다 지역 구단인데, 공교롭게도 ‘괴수의 아들’도 캐나다에서 뛰게 됐다.
2019년 빅리그에 데뷔할 당시 MLB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다. 2년 간 발전이 없는 모습으로 우려를 샀으나 2021시즌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며 평가를 뒤집었다. 오타니 쇼헤이(당시 LA 에인절스)에 이어 MVP 투표 2위까지 올랐다.
이후 다소 부침도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각성해 리그 최고 수준의 1루수로 올라섰다. 올해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292 23홈런 84타점 OPS 0.848로 준수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가운데 팀에서 2번째로 높은 OPS였다.

다만 이런 게레로 주니어도 약점이 명확했다. 수비력이 매우 좋지 않았다. 3루수로 도저히 못 써먹을 수준이었다. 1루 전향 후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입이 떡 벌어지는 호수비를 선보인 것이다.
전조는 있었다. 게레로 주니어는 올해 DRS(수비 런세이브) 8, OAA(평균 대비 아웃 기여) -2, FRV(수비 득점 가치) -1을 기록했다. DRS를 제외하면 객관적으로 좋은 지표는 아니나 게레로 주니어에겐 ‘커리어 하이’다. 발전하고 있었다.

이번 경기는 게레로 주니어에게 의미가 컸다. 그간 포스트시즌에 유독 약했다. 통산 3번의 시리즈 6경기에 출전해 타율 0.136(22타수 3안타)에 홈런은 하나도 없는 ‘가을바보’였다. 그런데 오늘 홈런으로 안 좋은 흐름을 끊어냈다.
게레로 주니어는 지난 4월 초 내년부터 시작하는 14년 5억 달러(약 7,041억 원)의 초대형 연장 계약을 맺었다. 이 분위기라면 갈수록 약점 없는 1루수가 될 전망. 비싼 만큼 제 몫을 해주리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