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역사상 최고’ 충격의 ERA 0.17, 이런 선수를 WBC에서 상대해야 한다고? ‘인생 역전 필승조’의 역대급 시즌

[SPORTALKOREA] 한휘 기자= 89년 역사상 최고의 기록을 독립리그 출신 선수가 일궈냈다.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다.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는 지난 2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2025 센트럴리그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와의 경기를 끝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이날 야쿠르트를 6-2로 이기며 정규시즌을 85승 4무 54패(승률 0.612)로 마쳤다.
이리하여 2023시즌 이후 2년 만에 다시금 센트럴리그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한신은 오는 15일 시작되는 클라이맥스 시리즈 피날레 스테이지에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와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맞붙는 퍼스트 스테이지 승자와 일본 시리즈 진출을 놓고 6전제 승부를 펼친다.

1위 안착도 기쁘지만, 한신은 ‘겹경사’를 맞이했다. 소속 선수가 일본야구연맹이 창설된 1936년 이래로 역사에 남을 최고의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우완 필승조 이시이 다이치다. 이시이는 올해 말 그대로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53경기 53이닝을 던지며 1승 9세이브 36홀드 평균자책점 0.17 42탈삼진을 기록했다. 아무리 투고타저 현상이 강한 NPB라고는 해도 비현실적인 성적이다.
NPB 역사상 50경기 이상 등판하면서 나온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은 2011년 주니치 드래곤즈 아사오 타쿠야가 기록한 0.41이었다. 이것도 충분히 경이로운데, 이시이는 이를 뛰어넘어 말이 안 되는 수준의 기록을 남겼다.

시즌 내내 허용한 실점이 단 1점이다. 4월 4일 요미우리전에서 구원 등판해 1이닝 1실점을 기록한 것이 마지막이다. 이후 등판한 50경기에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NPB 역사상 50경기는 고사하고 40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것도 이시이가 처음이다.
지난 9월 26일 주니치전에서는 팀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였던 후지카와 큐지 현 한신 감독을 넘어 구단 신기록인 48이닝 연속 무실점까지 달성했다. 그야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한 해다.

이런 기록을 남긴 이시이는 인생 자체가 드라마인 인물이다. 고등학교를 전문학교로 진학하며 야구를 포기하려다가 뒤늦게 진로를 바꿔 독립리그 무대로 향했다. 고교 시절 최고 구속은 137km/h에 그쳤지만, 훈련을 거쳐 독립리그에서는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렸다.
이에 2020년 드래프트 8라운드에서 한신의 지명을 받았다. 입단 첫해부터 1군 데뷔에 성공했다. 이로써 이시이는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NPB에 데뷔한 일본 야구 사상 최초의 선수가 됐다. 그야말로 ‘인간승리’ 그 자체였다.

놀랍게도 이시이의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었다. 2시즌 간 경험을 쌓은 이시이는 2023년 1군 정규 멤버로 자리를 잡았다. 전문학교 출신 선수로는 처음으로 1군 승리를 기록하는 등 44경기 40이닝 1승 1패 19홀드 평균자책점 1.35로 호투해 한신의 38년 만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에는 데뷔 첫 세이브를 수확하는 등 56경기 48⅔이닝 4승 1패 1세이브 30홀드 평균자책점 1.48로 더 발전한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올해 잠재력을 제대로 터뜨리고 신기록까지 세웠다.
이시이는 지난 3월 일본이 네덜란드와 진행한 야구 국가대표 친선전을 통해 처음 대표팀 유니폼도 입었다. 내년 초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소집될 전망이다. 이러한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선수를 우리나라 타자들이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

사진=한신 타이거스 공식 X(구 트위터)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고치 파이팅독스 공식 X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