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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믿음인가 방치인가’ 110구 투혼에도 데뷔 첫 승 증발, ‘죽은 경기’에서 투수 소모만 늘었다…가을야구 앞둔 한화에 …

등급아이콘 레벨아이콘 관리자 0 229 2025.10.04 03:00

[SPORTALKOREA] 한휘 기자= ‘믿음의 야구’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성공하면 박수를 받지만, 자칫 잘못하면 믿음이 아닌 ‘방치’가 될 수 있다.

한화 이글스는 3일 경기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최종전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6-6으로 졌다.

사실 처음부터 힘을 빼고 나선 경기다. 한화는 지난 1일 SSG 랜더스전 패배로 정규시즌 2위가 확정됐다. 오늘 승리를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당초 등판이 예상되던 류현진은 아예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선발 투수로 2003년생 우완 박준영이 낙점됐다. 1군 통산 9경기에만 출전했고, 올해는 퓨처스리그에서만 11경기에 나서서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47(24⅔이닝 21실점 15자책)을 기록했다. 야수진에서도 확고한 주전 가운데 이날 출전한 선수는 전 경기 출전에 도전하는 노시환 정도였다.

굳이 무리해서 승리에 집착하다가 체력을 더 소모할 필요가 없다.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차라리 몸을 사리는 것이 낫다. 그래서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반대로 KT는 이날 지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되는 상황이다. 동기부여에서 차이가 컸다. 승리를 못 가져와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경기 내용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비기면 안 될 경기를 비겼다. 오히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투수 운용에 대한 ‘물음표’만 늘어난 꼴이 됐다.

한화는 사실상 ‘1.5군’ 타선으로 KT 마운드를 신나게 두들겼다. 1회부터 최인호의 스리런 홈런(2호)을 비롯해 안타 7개와 1개로 무려 6점을 뽑아냈다. KT 선발 투수 오원석은 ⅓이닝 5실점이라는 굴욕적인 기록만 남기고 강판당했다.

이후 등판한 패트릭 머피가 한화 타선을 압도하며 추가점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점수 차가 작지 않았다. 5회에 두 점을 내줬으나 9회 초 종료 시점에서 6-2로 앞서고 있었다. 승리 확률은 97.4%에 달했다.

그런데 9회 말에 세계선이 뒤바뀌었다. 필승조를 아껴야 하는 한화는 윤산흠을 마운드에 올렸다. 필승조 경력이 거의 없는 데다 벼랑 끝에 몰린 KT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추격을 시작했다. 1사 1, 3루에서 안현민과 강백호가 연속 적시타를 터뜨리며 2점 차로 쫓아 왔다.

황재균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2아웃이 됐지만, 장성우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될 상황. 윤산흠이 흔들리는 모습이 명백했음에도 한화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앤드류 스티븐슨의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 앞에 뚝 떨어지는 2타점 적시 2루타가 됐다. 6-6 동점이 됐다. 윤산흠은 김상수까지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고 다시 만루를 만들었다. 그나마 이호연의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정면으로 향하며 끝내기까지 허용하진 않았다.

한화 벤치는 윤산흠이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하길 바랐을 것이다. ‘죽은 경기’에 필승조는 물론이고 투수 한 명이라도 더 아끼고 싶은 것이 당연한 마음이다. 하지만 심각하게 흔들리는 윤산흠을 남겨 둔 결과는 최악이었다.

야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윤산흠이 흔들릴 때 다른 투수를 투입해 방어에 성공했다면 1명만 더 소모하고 승리까지 따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연장으로 향하며 오히려 정우주와 황준서를 추가로 내보냈다. 승리도 못 가져왔다.

‘데자뷰’다. 한화는 1일 SSG전 9회 말에도 구속 저하를 보이며 현원회에게 홈런까지 맞고 흔들리던 김서현을 끝까지 믿고 갔다. 결과는 이율예의 끝내기 투런 홈런. 한화의 1위 가능성을 끝장낸 충격적인 홈런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미 비슷한 모습이 있었다. 5회 말 선발 투수 박준영의 투구 수가 110개에 다다르고, 제구가 심각하게 흔들리는 와중에도 빼지 않았다. 장성우가 한복판 패스트볼에 루킹 삼진을 당하는 충격적인 선구안을 선보인 덕에 2실점으로 막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나마 박준영의 경우 프로 데뷔 첫 승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납득할 만한 명분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9회 윤산흠의 상황은 아니다. 굳이 32구를 던지며 안타 5개와 사구 2개를 내줄 때까지 손을 놓을 필요가 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과거 두산 베어스 시절부터 뚝심 있는 ‘믿음의 야구’로 유명세를 떨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이러한 기조가 제대로 통해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대회 내내 부진하던 이승엽을 믿고 기용해 끝내 성공을 거둔 것은 유명하다.

하지만 믿음이 과하면 때로는 역효과가 난다. 고비를 스스로 극복할 힘이 남아 있는 선수가 있는 한편, 한계를 맞이해 벤치의 개입이 필요한 선수도 있다. 전자를 내버려 두는 것이 뚝심이라면, 후자를 내버려 두는 것은 방치에 가깝다.

결국 윤산흠을 ‘방치’한 결과 박준영을 계속 던지게 하면서 만들어 주고자 했던 첫 승리마저 날아가 버렸다. 한화는 17일부터 플레이오프에 돌입하며 26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더 높은 곳을 노린다면 방치는 곤란하다. 이번 경기가 ‘예방주사’가 될 수 있을까.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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