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왜 거기서 나와? 곧 52세 ‘명예의 전당 외야수’가 유니폼 입고 경기 뛴 사연…기립박수 받은 수비까지

[SPORTALKOREA] 한휘 기자= ‘야구는 원래 잘하던 사람이 잘한다’라는 격언(?)이 있다. 51세에도 여전한 이 ‘전설’을 보면 맞는 말인 듯하다.
메이저리그(MLB) 시애틀 매리너스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각) 홈구장인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T-모바일 파크에서 선수단을 홈팀과 원정팀으로 나눠 자체 청백전을 진행했다. 관중들까지 입장해 실전과 같은 분위기 속에 열렸다.
시애틀은 오는 5일부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상대로 2025 MLB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ALDS) 일정에 돌입해 포스트시즌 행보를 시작한다. 이를 앞두고 선수들의 실전 감각 조율을 위해 청백전을 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들어갈 26명의 선수, 그리고 일종의 예비 명단인 ‘택시 스쿼드’로 동행하는 선수들을 다 합쳤으나 청백전 양 팀에 전부 투입하기엔 야수 숫자가 살짝 모자랐다. 그나마 내야수와 포수는 백업 선수가 나올 정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외야수는 간신히 6명만 채울 정도였다. 그나마도 빅터 로블레스가 이날 지명타자로 뛰어야 해서 실제로는 한 자리가 모자랐다.
이에 시애틀은 특별한 손님을 초청해 홈팀 우익수 역할을 맡겼다. 은퇴 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구단주 특별보좌 겸 인스트럭터로 팀과 동행하던 시애틀의 ‘전설’, 스즈키 이치로였다.

이치로가 누구인가. 일본프로야구(NPB) 최고의 타자로 군림하고 27세에 비교적 늦게 미국에 건너갔음에도 MLB에서만 통산 3,089안타를 친 ‘전설’이다. 특히 2001년부터 시애틀에서만 11시즌 반을 보내며 통산 2,542개의 안타를 치고 MVP까지 받았다.
2012시즌 도중에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후 커리어의 황혼기를 보냈다. 이후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쳐 시애틀에 돌아와 2019년 도쿄에서 열린 개막 시리즈를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올해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고, 시애틀은 그의 51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어느덧 이치로의 나이는 50대에 접어들었다. 오는 22일이면 52세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이치로의 움직임은 날렵했다. 스포츠 스타들이 은퇴 후 운동량이 줄어 예전의 모습을 잃는 모습이 비일비재하지만, 이치로는 사회인 야구 저변 확대 등을 위해 운동을 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이치로는 타석에 서지 않고 수비만 돕기로 했다. 그럼에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치 가버의 타구가 우중간으로 빠르게 날아갔지만, 이치로가 여유 있게 공을 쫓아 쉽게 잡아냈다. T-모바일 파크를 채운 관중들이 다 같이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특유의 위트도 여전했다. 팬들의 환호성이 들리는 가운데, 이치로는 시애틀 선수들을 바라보며 두 팔을 ‘X’ 형태로 교차시켰다. 훌리오 로드리게스의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 셀러브레이션을 따라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치로의 바로 옆자리 중견수로 로드리게스가 뛰고 있었다. 셀러브레이션을 본 로드리게스가 이치로와 웃으며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선수들에게도 뜻깊은 경험이 됐다. 현지 언론 ‘시애틀 타임스’에 따르면, 이번에 택시 스쿼드에 합류한 시애틀 산하 마이너 소속 ‘특급 유망주’ 콜트 에머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멋진 일이다. 이런 기회가 온 것에 너무나도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8월 영구결번식에서 이치로가 말하며 올해 팀 슬로건이 된 ‘순간을 붙잡아라(Seize the Moment)’라는 문구를 회상하며 “우리 모두 가슴 깊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2001년 전성기의 팀에서 얻은 그 많은 경험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시애틀 매리너스 공식 X(구 트위터)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MLB 공식 X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