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0.203→0.500’ 와우! 다저스 베테랑 유틸리티, 가을 기다렸다는 듯 ‘미친 타격감’…동점타에 역전 득점까지

[SPORTALKOREA] 한휘 기자= 정규 시즌 내내 부진하더라도 가을만 되면 말 그대로 미쳐 준다. LA 다저스의 베테랑 유틸리티 플레이어 이야기다.
다저스 키케 에르난데스는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NLWC) 2차전에 7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첫 타석은 범타로 물러났으나 이는 예열 과정에 불과했다. 다저스가 1-2로 밀리던 4회 말 1사 1루에서 에르난데스는 신시내티 선발 투수 잭 라텔의 4구를 통타했다.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를 날리며 1루 주자 맥스 먼시를 불러들였다. 동점이 됐다.
뒤이은 미겔 로하스의 우전 안타 때 홈을 밟으며 다저스의 3-2 역전을 진두지휘했다. 결과적으로 다저스가 이후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며 에르난데스의 이 득점이 결승점이 됐다.
에르난데스는 6회에도 3루수 쪽 내야 안타로 출루하며 좋은 감각을 이어 갔다. 여기에 상대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했고, 오타니 쇼헤이가 적시타로 에르난데스를 불러 들였다. 이날만 2번째 득점을 올렸다.
에르난데스의 활약 속에 다저스도 8-4로 이겼다. 이로써 다저스는 전날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승리를 수확하고 NL 디비전 시리즈(NLDS)로 향해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일전을 준비한다.

에르난데스는 1차전에서도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2경기에서 타율 0.500(8타수 4안타) OPS 1.125다. 이번 시리즈에서 도합 18득점을 기록한 다저스의 ‘화력 쇼’에 에르난데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펄펄 나는 에르난데스지만, 정규시즌에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92경기에서 타율 0.203 10홈런 35타점 OPS 0.621에 그쳤다. 2016시즌(OPS 0.607) 이후 가장 낮은 OPS였다. 여기에 부상으로 시즌 중반 한 달 넘게 결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규시즌 마지막 5경기에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OPS 0.947로 갑자기 살아났다. 이에 에르난데스의 ‘가을 DNA’가 발휘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고, 실제로 포스트시즌이 되자 펄펄 날고 있다.

사실 에르난데스는 타격이 장기인 선수는 아니다. 시즌 OPS가 0.750을 넘긴 시즌이 데뷔 후 단 3번뿐이다.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2021시즌을 빼면 2번으로 더 줄어들고, 76경기 출전에 그친 2015시즌을 빼면 딱 1년이다.
하지만 팀 공헌도는 상당하다. 주 포지션을 딱히 특정하기 어려운 수준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포수를 제외한 8개 포지션 모두 소화해 봤다. 올해도 6개 포지션에서 출전 이력을 남겼다. 아울러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덕아웃 리더’ 역할도 해내는 선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을에 정말 강하다. 정규시즌 통산 성적이 타율 0.236 OPS 0.707인 것과 달리, 포스트시즌에는 지난해까지 통산 86경기에서 타율 0.278 15홈런 35타점 OPS 0.874로 웬만한 중심 타자 수준의 성적을 낸다.
OPS 1을 넘긴 해만 2번이 있을 정도로 가을만 되면 불방망이를 휘두른다. 지난해에도 정규시즌 OPS가 0.654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포스트시즌 OPS는 0.808로 좋았다. 덕분에 다저스도 월드 시리즈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날 경기 후 “10월의 키케는 정말 특별하다.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하나”라고 그를 치켜세우며 “그는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는 선수다. 그가 활약할 때면 선수들이 전부 힘을 얻는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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