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블론’ 먹튀 대신 나온 ‘日 괴물’의 ‘163km+KK’ 괴력투! 다저스에 ‘가을 한정 대마신’이 강림한 걸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이런 경기력이라면 올가을 한정으로 ‘대마신’의 의지를 이어받을지도 모른다.
LA 다저스 사사키 로키는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NLWC) 2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퍼펙트’를 기록했다.
다저 스타디움의 모두를 놀라게 한 등판이다. 사사키는 팀이 8-4로 앞서던 9회 초에 마운드에 올랐다. 이 경기를 잡으면 다저스는 NL 디비전 시리즈(NLDS)에 진출할 수 있었다. 세이브 상황만 아닐 뿐, 사실상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긴 셈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등판하자마자 시속 100.7마일(약 162.1km)의 강속구로 기선을 제압한 사사키는 1-2 카운트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로 스펜서 스티어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첫 타자를 기분 좋게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어 지난해까지 다저스에서 뛴 개빈 럭스를 만났다. 1-2 카운트에서 기가 막히게 떨어지는 낙차 큰 스플리터를 던졌다. 럭스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2아웃. 경기 종료까지 한 걸음만 남겼다.
오스틴 헤이스의 타석에서 포수 벤 로트베트가 파울 플라이를 놓치는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사사키는 개의치 않았다. 3구 패스트볼로 유격수 쪽 힘없는 직선타를 유도했다. 다저스의 승리로 경기를 끝냈다. NLDS 진출이 확정됐다.

사실 등판 당시만 하더라도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사사키는 정규시즌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10경기(8선발) 1승 1패 평균자책점 4.46의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더구나 빅리그 포스트시즌 첫 등판부터 마무리라는 부담스러운 역할을 맡긴 것도 걱정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불펜 사사키’는 이미 희망을 보인 바 있다. 어깨 부상을 털고 지난 9월 하순 돌아와 구원 투수로 2경기에 나섰다. 도합 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홀드 2개를 수확했다. 구위도 완연히 본궤도에 오른 모습.
결국 우려가 아닌 기대대로 경기 결과가 나왔다. 이날 사사키의 최고 구속은 시속 101.4마일(약 163km). 전력을 다해 던졌고, 여기에 어마어마한 낙폭의 스플리터가 더해지며 신시내티 타선을 완벽히 묶어냈다.
사실 사사키는 일본프로야구(NPB) 치바 롯데 마린즈 시절에도 프로 1년 차에 맞이한 포스트시즌부터 호투를 펼친 ‘진짜배기 재능’이다. ‘레이와의 괴물’이라는 이칭과 함께 일본 전체의 주목을 모은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다저스는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기용한 태너 스캇이 평균자책점 4.74에 23세이브-10블론세이브라는 끔찍한 부진에 빠져 고민해 왔다. 스캇은 이번 NLWC 2경기에 내리 결장했고, 그사이 사사키가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고민을 해결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사키는 경기 후 현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랑 WBC에서도 비슷한 경험은 있어서 그렇게 떨진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랑 수준이 훨씬 높았다”라고 소회를 밝히며 “정규시즌 팀에 힘이 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남은 경기에서는 팀에 공헌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사사키’라는 성을 쓰는 전설적인 일본인 마무리 투수가 있었다. ‘대마인’ 사사키 카즈히로다. 1990년대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에서 NPB 최고의 ‘클로저’로 군림했고, 2000년부터 4년간 시애틀 매리너스의 뒷문을 지키며 아시아인 역대 최다인 통산 129세이브를 챙겼다.
‘대마신’이 일본으로 돌아가고 어언 22년, 그와 같은 성을 쓰는 일본인 후배가 MLB에 등장했다. 비록 뒷문을 책임지는 건 이번 가을 한정이겠지만, 사사키가 ‘대마신’의 의지를 잇는다면 다저스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