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피’ 문신 새긴 한국계 투수, WBC 소집 좌절되나…‘ERA 10.80→방출 위기’ 한국계 더닝, 태극마크도 물음표?

[SPORTALKOREA] 한휘 기자= 이대로라면 모두가 기대하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2일(이하 한국시각) 로스터 조정을 단행했다. 투수 알렉시스 디아스와 데인 더닝, 포수 샌디 레온, 내야수 루크 윌리엄스, 외야수 제러드 켈닉이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웨이버 공시를 거쳤으나 타 팀의 클레임이 없어 마이너 구단으로 계약이 이관됐다. 이들 중 마이너 리그 서비스 타임을 전부 채운 선수들은 올해 스토브리그 시작과 함께 마이너 FA 자격을 얻는다. 사실상의 방출이다.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데인 더닝이다. 한국인 어머니 미수 더닝(한국명 정미수)과 미국인 아버지 존 더닝 사이에 태어난 ‘한국계 빅리거’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투수다. 그는 왼팔에 한글로 ‘같은 피’라는 문신까지 새길 정도로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6년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9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명을 받은 더닝은 같은 해 12월 루카스 지올리토, 레이날도 로페스와 함께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됐다. 2020년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고, 그해 12월 텍사스 레인저스로 다시 트레이드되며 새 팀에 정착했다.

천천히 ‘스텝업’하며 MLB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특히 2023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5경기(26선발) 172⅔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활약하며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월드 시리즈에서도 3경기에서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해 우승 반지까지 손에 꼈다.
하지만 지난해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IL)을 오가며 26경기(선발 15경기) 5승 7패 평균자책점 5.31에 그치며 부진했다. 올 시즌도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는 불안정한 신분 속에 전반기 빅리그 5경기 출전에 그쳤다.

더닝은 7월 18일 투수 자원이 부족한 애틀랜타로 트레이드됐다. 9월에는 김하성이 탬파베이 레이스로부터 웨이버 클레임으로 이적해 오며 한국 선수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문제는 성적.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80(10이닝 13실점 12자책)으로 고전했다.
애틀랜타에서도 빅리그에 온전히 정착하지 못한 채 고전했다. 결국 올해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97(20⅔이닝 17실점 16자책)을 기록한 채 40인 로스터에서 배제됐다. 애틀랜타에 남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렇게 되며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붙게 됐다. WBC가 열리는 3월은 MLB 스프링 트레이닝과 시범경기가 열리는 시기다.
로스터 ‘말석’을 차지한 선수나 아예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은 마이너리거들은 여기서 눈도장을 찍어야 빅리그로의 길을 닦을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대회 당시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이던 미치 화이트(현 SSG 랜더스)도 소집 제의를 받았으나 이 문제로 차출을 고사했다.
더닝이 애틀랜타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며 같은 상황에 놓였다. 아예 해외 무대 진출로 눈을 돌리는 등 제3의 길을 택한다면 모를까, 평범한 방식으로 빅리그 커리어를 이어 가려면 WBC 출전은 포기해야 한다.
더닝은 2023년 대회 당시 소집 직전까지 갔으나 부상으로 낙마한 바 있다. 이번에는 부상이 아닌 실력과 입지가 발목을 잡을 판이다. 과연 더닝이 태극마크를 다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텍사스 레인저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