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 듀오'가 보여준 양보의 미덕…"손흥민, 해트트릭 포기하고 내 득점왕 신경 써줘"

[SPORTALKOREA] 배웅기 기자= 손흥민과 드니 부앙가(이상 로스앤젤레스 FC)가 서로의 기록을 챙기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로스앤젤레스(LAFC)는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에너자이저 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시티 SC와 2025 메이저리그사커(MLS) 서부 콘퍼런스 3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번에도 '흥부 듀오'였다. 전반 15분 부앙가가 아크 부근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고, 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박스 안에서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두 번째 득점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후반 15분 아르템 스몰랴코프의 컷백을 문전에서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멀티골을 완성했다.


후반 22분에는 손흥민에게 해트트릭 기회가 찾아왔다. 세인트루이스가 박스 안 핸드볼 파울을 저지르며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전담 키커인 부앙가가 손흥민에게 양보했다. 부앙가는 현재 29경기 23골로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CF·25경기 24골)와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앙가가 얼마나 손흥민을 각별히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손흥민 역시 가만 있지 않았다. 손흥민은 자신의 해트트릭보다 부앙가의 득점왕 경쟁을 우선시했고, 다시 볼을 건네는 모습을 보였다. 페널티킥은 비디오 판독(VAR) 후 취소됐지만 손흥민과 부앙가의 호흡은 단순 기량에서 기인하는 게 아님을 깨달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부앙가가 직접 뒷이야기를 밝혔다. 부앙가는 지난달 30일 LAFC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인터뷰에서 "나는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기록하길 바랐다. 다만 그는 그렇지 않았고, 내 득점왕 경쟁이 우선이라고 설득했다. 메시와는 한 골 차이가 난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손흥민과 부앙가는 세인트루이스전에서 3골을 합작하며 MLS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MLS는 지난달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과 부앙가는 세인트루이스전에서 3골을 뽑아내며 MLS 기록부에 이름을 올렸다. 한 팀의 두 선수가 연속해 최다 득점을 기록한 건 올 시즌 초 샘 서리지와 하니 무크타르(이상 내슈빌 SC)의 15골 이후 최초"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손흥민과 부앙가는 산호세 어스퀘이크스전(4-2 승리), 레알 솔트레이크전(원정·4-1 승리), 솔트레이크전(홈·4-1 승리), 세인트루이스전에서 총 17골(손흥민 7골·부앙가 10골)을 폭발했다. MLS는 "LAFC의 역동적인 듀오(손흥민·부앙가)가 역사를 쓰고 있다"며 "올여름 MLS 역대 최고 이적료로 팀에 합류한 손흥민은 8경기 8골을 만들어내며 최정상급 공격수 중 한 명으로 발돋움했고, 부앙가(145경기 95골)는 레전드 카를로스 벨라(186경기 93골)를 제치고 LAFC 역대 최다 득점자로 등극했다"고 조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로스앤젤레스 FC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