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격’ 불펜 ‘불쇼’에 무사 만루 무득점, 처참히 무너져 내린 악의 제국…가을 초입부터 ‘삐걱’, 또 우승 실패하나

[SPORTALKOREA] 한휘 기자= 이런 경기력이라면 16년 만의 우승이라는 꿈은 또다시 물거품이 될 판이다.
뉴욕 양키스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뉴욕의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2025 MLB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ALWC) 1차전에서 1-3으로 졌다. 홈에서 패배를 떠안은 양키스는 이제 ‘벼랑 끝’에서 2차전을 준비한다.
초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정규시즌 19승에 빛나는 ‘에이스’ 맥스 프리드가 제 몫을 했다. 4회부터 주자가 계속해서 득점권에 나가는 등 흔들릴지언정 실점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보스턴 타선이 꼼짝 못 했다.

보스턴 역시 좌완 에이스 개럿 크로셰가 등판했기에 양키스 타선도 고생했다. 하지만 선취점은 양키스의 몫이었다. 정규시즌 내내 심각한 부진으로 ‘욕받이’ 신세였던 유격수 앤서니 볼피가 2회 말 솔로 홈런으로 포문을 연 것이다.
1-0의 살얼음판 리드와 함께 양키스는 6회까지 우세를 점했다. 그리고 프리드가 7회 1사까지 책임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6⅓이닝 4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그야말로 ‘에이스의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투구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양키스 불펜진은 올해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이 4.37로 높은 편이었다. AL 15개 팀 가운데 11위에 그쳤다. 프리드가 내려간 다음을 얼마나 잘 틀어막느냐가 승리의 열쇠였다.

안타깝게도 양키스는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프리드가 내려가자마자 와르르 무너졌다. 이어 올라온 루크 위버가 세단 라파엘라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이어 닉 소가드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았다. 그런데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은 우익수 애런 저지의 허술한 송구를 틈타 소가드가 2루까지 진루하는 ‘사고’가 났다.
양키 스타디움에 불안감이 엄습했고,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대타 요시다 마사타카가 깨끗한 중전 2타점 적시타로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프리드가 내려가고 단 3타자 만에 양키스가 역전을 헌납했다. 위버는 그대로 강판당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위버라서 더 충격적이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는 셋업맨 역할에 가까웠던 위버는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 역할을 맡아 무려 15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76로 호투, 양키스의 AL 제패에 혁혁한 공을 세운 ‘영웅’이다.
지난해 무리한 여파인지 올해 정규시즌 들어 기복에 시달렸지만, 가을야구에 강한 면모는 여전하리라 기대됐다. 그런데 그 위버가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못 잡고 무너진 것이다.

양키스 불펜진의 ‘불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9회 초 올라온 데이비드 베드나가 2아웃을 잘 잡더니 트레버 스토리에게 안타와 도루를 허용했다. 그리고 ‘양키스 킬러’ 알렉스 브레그먼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정규시즌 막바지 팀 최고의 구원 투수마저 점수를 헌납했다.
그럼에도 양키스는 이길 수 있었다. 9회 말 보스턴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이 흔들렸다. 단타 3개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순간적으로 양키스의 승리 확률이 49.4%까지 뛰었다. 안타 하나에 동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는 커녕 희생플라이 하나도 안 나왔다.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삼진, 재즈 치좀 주니어가 짧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채프먼이 트렌트 그리샴을 시속 101.2마일(약 162.9km)의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무사 만루 무득점. 그렇게 양키스는 졌다.

처참한 경기력에 양키스 팬들은 ‘극대노’했다. SNS 등지에는 양키스 선수들의 경기력을 성토하는 팬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크로셰를 ‘저격’한 라인업 변화와 프리드의 교체 타이밍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애런 분 감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크다.
양키스는 2009년 우승 이후 번번이 포스트시즌 문턱에서 가로막히고 있다. 올해 16년 만의 우승을 위해 전진했으나 이런 경기력이라면 쉽지 않아 보인다. 참고로 2022년 체제 개편 후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 패배 팀의 시리즈 승리 확률은 ‘0%’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