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축하 파티’는 용납 불가, 두산이 한화 이어 LG 발목도 잡았다…정규시즌 1위, 오늘 판가름 날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곰들의 고춧가루는 공평했다. 정규시즌 선두 경쟁, 끝까지 간다.
두산은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6-0으로 이겼다. 이로써 두산은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61승 6무 77패(승률 0.442)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이미 9위가 확정되며 남은 경기의 승패는 큰 의미가 없어진 두산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잠실 라이벌’ LG가 상대다. 심지어 LG는 이 경기를 잡으면 올해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경기를 내주면 라이벌 구단이 자신들의 눈앞에서 우승 축하연을 벌인다. 팬들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웠을 일이다. 선수단도 생각은 비슷했는지 전력을 쏟았다. 올해 시즌 내내 흔들리던 콜 어빈이 5⅓이닝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으로 선전했다.
타선에서는 올해 부진하며 비판에 시달리던 양석환이 ‘해결사’가 됐다. 4회 초 1사 1루에서 0의 균형을 깨는 좌월 투런포(8호)를 작렬했다. 7회에는 2사 2루에서 박지훈이 김진성을 공략해 달아나는 1타점 적시 2루타까지 터뜨렸다.
두산은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잭 로그를 7회 말 불펜으로 투입하면서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쳤다. 9회 초 박지훈의 추가 적시타에 이어 제이크 케이브가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고, 마무리 김택연이 9회 말을 정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두산에겐 얻어 가는 것이 많은 경기였다. 부진하던 양석환이 대포를 가동했다. 9월 두산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된 박지훈은 3안타 2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투수진도 막강한 LG 타선을 상대로 단 6번의 출루만 허용할 정도로 단단했다.

반대로 LG는 너무나도 뼈아픈 영봉패를 헌납했다. 지난 27일 한화 이글스와의 일전에서 이기며 정규시즌 우승 매직 넘버를 ‘1’까지 줄였다. 그런데 29일 정우주의 호투에 막혀 패하더니, 이번에 두산을 상대로도 경기를 내주며 순위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한화는 같은 날 루이스 리베라토의 끝내기 안타로 롯데에 1-0 신승을 거뒀다. 이로써 선두 LG와 2위 한화의 승차는 단 1경기 반으로 줄었다. 선두 경쟁이 끝난 줄 알았는데, 점점 길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얼마 전 한화의 발목도 잡은 바 있다. 25일 한화와의 홈 경기에서 로그의 호투를 앞세워 7-0 완승을 거뒀다. 두산의 매콤한 ‘고춧가루’ 덕에 LG는 한결 유리한 고지를 점했고, 인터넷 상에서 LG 팬들이 두산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은 공평했다. 그로부터 5일 후, 이번에는 LG가 고춧가루 세례를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외국인 투수의 무실점 호투에 막혀 한 점도 뽑지 못한 것까지 판박이다.

어느새 LG는 우승을 결정짓지 못한 채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몰렸다. 물론 여전히 많이 유리하다. 다음 경기를 잡아내면 한화의 남은 경기 일정과 무관히 정규시즌 1위를 확보한다. 설사 지더라도 한화가 남은 2경기 중 한 번만 져도 LG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
하지만 LG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LG는 오늘 5위 NC 다이노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최종전을 치른다. NC는 6위 KT 위즈와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앞서 5위로 올라선 상태다.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다. 전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
결국 라이벌의 고춧가루 한 방에 LG도 시즌 끝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순위 경쟁에서 발을 뺄 수 없게 됐다. 과연 이 드라마의 결말은 어떤 방식으로 쓰이게 될까.

사진=두산 베어스, 한화 이글스 제공,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