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km 쾅!‘ 日 거포가 MLB 사상 최초 기록 세우다니…잠자는 팀 깨운 한 방→1차전 잡고 유리한 고지 섰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올해 인상적인 성과를 남긴 일본 출신 거포가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첫 기록과 함께 팀에 승리를 안겼다.
시카고 컵스 스즈키 세이야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2025 MLB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NLWC) 1차전에서 5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유일한 안타가 홈런이었다. 5회 말 선두 타자로 2번째 타석에 선 스즈키는 2-1 카운트에서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닉 피베타의 4구 몸쪽 패스트볼을 통타했다. 좌중간으로 총알같이 뻗은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발사각도가 20도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라인드라이브 타구였다. 그럼에도 무려 424피트(약 129.2m)를 비행했다. 타구 속도가 시속 112.2마일(약 180.6km)에 달할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다.

팀의 침묵을 깨는 한 방이라 의미가 컸다. 컵스는 1회 니코 호너의 안타 이후 11타자 연속으로 범타만 기록 중이었다. 2회 초에는 잰더 보가츠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선취점까지 내줬다. 이대로라면 샌디에이고의 ’철벽 불펜‘에 막혀 아무것도 못 할 판이었다.
그런데 스즈키가 막힌 혈을 뚫었다. 결정적인 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스즈키에 이어 타석에 선 카슨 켈리까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날려버렸다. 단 두 타석 만에 컵스가 리드를 빼앗아 왔다.
이에 반대로 컵스가 ’불펜 야구‘로 샌디에이고를 압도했다. 선발 투수 매튜 보이드가 4⅓이닝 1실점을 기록한 후 내려갔고, 뒤이어 다니엘 팔렌시아(1⅔이닝)-드루 포머랜츠(1이닝)-앤드루 키트리지(1이닝)-브래드 켈러(1이닝) 순으로 이어 던져 한 점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8회 말 1사 만루에서 니코 호너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컵스가 3-1로 이기며 1차전을 가져갔다. 2022년 와일드카드 시리즈가 현재 시스템으로 개편된 이래 1차전 승리 팀의 디비전 시리즈 진출 확률은 ’100%‘다.

스즈키의 공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프로야구(NPB) 무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스즈키는 2022시즌 MLB 도전을 선언해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특출나진 않아도 크게 모자람도 없는 준수한 활약을 꾸준히 선보였다.
올해 중요한 이정표를 남겼다. 타율은 MLB 데뷔 후 최저인 0.245에 그쳤으나 32홈런-103타점으로 올해 컵스에서 유일하게 30홈런-100타점 고지를 밟았다. 출장 경기 수(151경기)와 타석(651타석)도 미국 진출 후 최고였다.
7월 이후 타격감이 뚝 떨어져 우려를 샀다. 8월 7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무려 38경기 연속으로 홈런을 쳐내지 못했다. 그런데 시즌 종료 직전에 부활했다. 26일 뉴욕 메츠전을 기점으로 4경기 연속 홈런을 작렬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4경기에서 연달아 홈런을 쳐내고 포스트시즌에 돌입한 것은 MLB 역사상 4번째로, 2007년 라이언 하워드(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 이후 18년 만이다. 그런데 이렇게 출전한 포스트시즌 첫 경기부터 홈런을 또 날린 것은 스즈키가 처음이다.
스즈키가 막판 ’버닝‘을 가을야구에서도 이어 간 덕에 컵스는 디비전 시리즈를 향한 발판을 먼저 놓았다. 2020년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도전 중인 컵스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