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시즌 초에 방출했으면 어쩔 뻔했나…‘끝판대장’ 가는 길 빛내고. ‘KBO 사상 최초 대기록’에 PS 확정까지

[SPORTALKOREA] 한휘 기자= 정말로 시즌 초에 포기하고 방출했다간 크게 후회할 뻔했다.
삼성 라이온즈 르윈 디아즈는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첫 타석부터 대포를 가동했다. 1회 1사 1, 3루에서 KIA 선발 투수 김태형의 3구가 스트라이크 존 높은 쪽으로 들어왔다. 152km/h의 빠른 공이었으나 디아즈는 기다렸다는 듯 통타했고, 타구는 우중간으로 쭉 뻗어 그대로 담장을 넘어 스리런 홈런이 됐다.

이 홈런으로 디아즈는 고대하던 시즌 50홈런 고지를 밟았다. 팀 동료 박병호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시절이던 2015년 53홈런을 기록한 이래 10년, 삼성 구단 기준으로는 2003년 ‘라이언 킹’ 이승엽의 56홈런 이후 무려 22년 만의 50홈런 타자 배출이다. 외국인 타자 가운데서는 KBO리그 사상 처음이다.
아울러 디아즈는 지난 25일 키움을 상대로 2015년 박병호의 146타점을 넘어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150타점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디아즈는 한국 야구 역사상 유일하게 50홈런-150타점 고지를 밟은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이 홈런으로 3타점을 더한 디아즈는 올 시즌 156타점까지 질주하며 본인의 기록을 나날이 ‘셀프 경신’ 중이다. 만에 하나 오는 3일 열리는 KIA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4타점 이상 올리면 160타점이라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기록을 세운다. MLB에서도 2001년 새미 소사 이후 24년 동안 나온 적이 없는 기록이다.

디아즈의 이번 홈런은 더 의미가 크다. 이날 삼성은 홈 최종전을 맞아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끝판대장’ 오승환의 은퇴식을 거행했다. 오승환은 이날 9회 초 마운드에 올라 대타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고 마지막 등판을 마쳤다.
경기 후 성대한 은퇴식과 함께 오승환의 21번은 ‘영구 결번’으로 남게 됐다. 이렇게 전설의 역사가 막을 내린 중요한 경기에서 디아즈의 홈런 덕에 삼성은 오승환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시즌 74승(2무 67패)째를 올리며 5위 NC 다이노스(69승 6무 67패), 6위 KT 위즈(70승 4무 68패)와의 승차를 2경기 반으로 벌렸다. 삼성이 최종전에서 지고 NC와 KT가 ‘전승’을 기록하더라도 이 두 팀의 승률을 앞서게 된다. 포스트시즌 확정이다.
결국 디아즈의 홈런 한 방이 이 모든 것을 일궈냈다. 선수 본인에게는 뜻깊은 대기록을 세운 경기가 됐고, 구단과 팬들에게는 가을야구도 확정하면서 ‘전설’의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하며 웃을 수 있었다.

이렇게 펄펄 나는 디아즈지만,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퇴출 후보’라는 오명까지 썼다. 4월 초까지 타격감이 정말 좋지 않았다. ‘최저점’을 찍은 4월 4일 경기 후 기준으로 타율 0.190에 OPS는 0.603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는 예열 단계일 뿐이었다. 다음날인 4월 5일 시즌 3호 홈런을 때려낸 것을 시작으로 전설적인 발자취가 막을 올렸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313 50홈런 156타점 OPS 1.022로 압도적이다.
이러고도 MVP 수상 가능성이 아직 ‘물음표’인 것이 약간의 아쉬움이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에 승률까지 ‘4관왕’에 도전하는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의 존재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 팬들 마음 속 최고의 선수는 팀의 2년 연속 가을야구행을 진두지휘한 디아즈이리라.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