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선발 노려볼 만한데? 폰세 대신 나와서 155km 쾅! 정우주는 ‘남의 집 잔치’를 허락하지 않았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코디 폰세가 못 나왔음에도 한화 이글스는 LG 트윈스의 ‘잔칫상’을 엎을 수 있었다. 정우주 때문이다.
정우주는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덕분에 팀도 7-3으로 이겼다.
본래 정우주는 이날 선발로 나설 예정이 없었다. 그런데 전날(28일) LG전이 비로 하루 연기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당초 선발 등판이 예고됐던 폰세가 몸을 풀던 와중에 경기가 취소된 것이 변수가 됐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경문 한화 감독은 “폰세가 경기를 준비할 때 많이 던졌다. 부득이하게 다음 경기로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음에 던지겠다고 했다. 마지막 등판에서 5이닝 정도 던지게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폰세의 등판이 불발되면서 정우주가 ‘대체 선발’ 임무를 맡았다. 정우주는 꼭 2주 전인 9월 1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8연전으로 인해 선발 로테이션에 부하가 걸리면서 선발 투수로 나선 바 있다. 당시 기록은 2⅓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
이번 등판은 중압감도 작지 않았다. 상대 팀 LG는 이번 경기를 잡아내면 정규시즌 남은 경기 결과와 무관히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하필 2위 팀인 한화의 홈에서 LG의 잔치가 열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우주가 허락하지 않았다. 1회 시작부터 홍창기와 신민재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 내야 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득점권 위기에 놓였으나 문성주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안정을 찾은 정우주는 2회와 3회를 연이어 삼자범퇴로 빠르게 정리했다. 4회에도 올라와 오스틴 딘을 중견수 뜬공으로 정리했다. 투구 수가 53개에 다다르면서 조동욱에게 배턴을 넘기고 등판을 마쳤다.
최고 155km/h의 강속구와 함께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었다. 구위로 LG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첫 번째 투수의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타선도 초반부터 LG 선발 투수 임찬규를 흔들며 격차를 벌렸고, 결국 승리를 따내며 LG의 우승 확정은 뒤로 미루게 됐다.
이번 호투로 정우주의 올 시즌 성적은 50경기(2선발) 52⅔이닝 3승 3홀드 평균자책점 2.91이 됐다.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은 탈삼진이다. 무려 82개에 달한다. 9이닝당 탈삼진으로 변환하면 무려 14.01개로, 올해 50이닝 이상 던진 KBO리그 모든 투수 가운데 1위다.

이미 지난해 전주고의 고공행진을 이끌며 ‘특급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정우주다.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고,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듯 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해는 아직 프로 적응 기간인 만큼 불펜으로 모습을 비췄지만, 내년에는 선발 투수 전환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번 경기에서 긴 이닝을 책임질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한 만큼, 차기 시즌 개막 전부터 선발 투수를 목표로 몸을 만들어 봄 직하다.

물론 다듬을 점이 아직 많다. 위력적인 속구 대비 변화구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선발 투수로서 좌타자를 상대할 때 필요한 체인지업도 거의 구사하지 못한다. 현재 투구 스타일만 보면 오히려 필승조 역할에 더 어울리는 선수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변화구를 확실히 가다듬을 수만 있다면 정말 무서운 선발 투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정우주는 이제 프로 데뷔 1년 차의 어린 선수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만큼 어떤 길에 도전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