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앞으로 수십 년은 안 나올 ‘이색 기록’, 이정후 동료가 ‘극악 확률’ 뚫고 달성…내년에는 ‘트레이드 기대치’도 채울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메이저리그(MLB) 제도 개편 이후 정말 보기 힘들어진 진기한 기록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팀 동료로부터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라파엘 데버스는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최종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기록은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2득점.

사실 이날 데버스의 기록은 안타나 타점이 ‘메인’이 아니었다. 출전 그 자체였다. 데버스는 이 경기를 통해 시즌 전 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그런데 독특하다. 정규시즌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MLB에서 한 시즌에 163경기나 출전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데버스는 지난 6월 16일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를 끝으로 오랜 기간 몸담았던 보스턴 레드삭스를 떠났다. 1대4라는 대형 트레이드로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했다. 이적 직전까지 보스턴에서 총 73경기를 소화했고, 보스턴에 남았다면 89경기를 더 뛰었을 것이다.
그런데 데버스가 이적한 날 샌프란시스코는 아직 72경기만 소화한 상태였다. 이어진 1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경기가 팀의 시즌 73번째 경기였다. 데버스는 이 경기를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남은 90경기를 전부 뛰었고, 그 결과 1년에 정규시즌 163경기를 소화했다.

의외로 종종 나오던 기록이다. MLB는 ‘타이브레이커’, 즉 순위 결정전을 활발히 치르는 리그였다. 포스트시즌 등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두 팀의 승률이 같으면 단판 결정전을 치렀다. 현재 KBO리그에서도 심심찮게 나오는 일이다.
그런데 MLB는 순위 결정전도 정규시즌의 일부로 간주한다. 따라서 어떤 선수가 소속팀의 정규시즌 162경기를 모두 뛰고 순위 결정전까지 출전하면 1년에 정규시즌만 163경기에 나서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2022년 포스트시즌 규모가 커지고 와일드카드 게임이 ‘시리즈’로 확대 개편되며 순위 결정전이 사라졌다. 따라서 1년에 162경기를 초과해 정규시즌 경기에 나서려면 이번 데버스처럼 시즌 중 최소 한 번은 팀을 옮겨야 하고, 이적하는 시점에서 기존 팀과 새 팀이 소화한 경기 수가 달라야 한다.
그런데 이적 과정에서 결장하는 경기도 없어야 한다. 넓디넓은 미국 특성상 트레이드 등으로 이적이 성사되고 나서도 실제 경기 출장까지 하루 이상 준비 기간이 소요되는 일도 흔하다. 이를 고려하면 1년에 162경기를 초과해 출전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자연스레 달성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한동안 163경기 이상 출전하는 선수가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데버스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데버스가 트레이드되고 하루 뒤인 6월 17일에 샌프란시스코의 경기가 없어서 이동 및 휴식에 시간을 온전히 쓴 것이 결정적이었다.
150년에 육박하는 MLB 역사상 한 시즌 출장 경기 수가 162경기를 초과한 사례는 이번 데버스가 역대 34번째다. 2008년 저스틴 모노(미네소타 트윈스) 이후 17년 만에 처음 나온 기록이다. 모노는 미네소타에서만 162경기를 다 뛰고 순위 결정전까지 소화했었다.

이렇게 진기한 기록이 나왔지만, 성적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보스턴 시절 OPS는 0.905에 달했으나 샌프란시스코 이적 후는 0.807로 내려앉았다. 시즌 최종 성적은 타율 0.252 35홈런 109타점 OPS 0.851이다.
8월 말~9월 초에 타격감이 한창 좋던 때를 제외하면 기대치를 못 채웠다는 평가다.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는 ‘비싼 몸’인 만큼, 내년에는 트레이드 당시의 기대를 충족하는 퍼포먼스를 꾸준히 보여줄 수 있을지 눈길이 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