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년 역사상 최고’ 충격의 15경기 반 차 뒤집기가 현실이 되다…불가능한 일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MLB

[SPORTALKOREA] 한휘 기자=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는 불가능한 일도 종종 현실이 되곤 한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는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최종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승부 끝에 9-8로 이겼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클리블랜드지만, 이번 경기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클리블랜드는 경기를 잡으면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 1위 자리를 확보하고 포스트시즌 3번 시드 자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클리블랜드의 승패는 큰 상관이 없었다. 1위 경쟁을 펼치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이날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최종전에서 3-4로 지면서 클리블랜드를 넘어설 경우의 수가 사라졌다. AL 중부지구 우승이 확정됐다.
텍사스와 5-5로 치열하게 맞붙던 클리블랜드는 8회가 끝날 무렵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선수단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포옹하면서 미리 기쁨을 안았다. 경기에 무리해서 힘을 쏟을 이유도 사라졌다. 올해 12경기 출전에 그친 잭 켄트를 9회부터 투입해 투수 소모를 줄였다.
이미 축제 분위기던 클리블랜드는 ‘끝내기’로 완전히 불타올랐다. 10회 초에 3점을 내주며 패색이 짙어졌으나 10회 말 보 네일러의 1타점 2루타로 곧바로 추격에 나섰고, 1사 1, 2루에서 브라이언 로키오가 우측 폴대를 때리는 끝내기 스리런포(5호)를 작렬했다.
로키오의 홈런에 선수단은 전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끝내기의 기쁨과 우승의 환희가 뒤섞였다. 88승 74패(승률 0.543)로 시즌을 마친 클리블랜드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지구 ‘챔피언’ 타이틀을 석권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92승을 거두고 ‘독주’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부침이 심했다. 시즌 중반까지 5할 승률을 건사하는 것도 어려워했던 클리블랜드다. 오히려 디트로이트가 전반기 AL 전체 승률 1위를 달릴 정도로 치고 나가며 지구 우승은 ‘언감생심’이었다.
전반기가 끝나가던 7월 9일 클리블랜드와 디트로이트의 승차는 무려 15경기 반이었다. 이후 격차를 조금 줄이긴 했으나 7월 종료 시점에서도 9경기나 뒤처져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마무리 투수 엠마누엘 클라세가 불법 도박 및 승부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게 돼 선수단에서 이탈했다.

지난 5일에도 디트로이트와 11경기 차이가 날 만큼 가을야구는 꿈도 못 꿨다. 그런데 이후 10연승을 포함해 월간 20승 7패(승률 0.741)로 ‘폭주’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동시에 디트로이트가 주춤했고, 기어코 순위가 뒤집어진 채 시즌이 마무리됐다.
그간 MLB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경기 차를 뒤집고 리그 또는 지구 우승을 달성한 것은 1914년 보스턴 브레이브스(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15경기 차를 뒤집은 것이다. 그런데 클리블랜드가 이를 뛰어넘어 125년 역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아울러 디비전 체제가 확립된 1969년을 기점으로 9월에 10경기 이상 뒤처져 있다가 역전 우승을 따낸 것도 클리블랜드가 처음이다. 그야말로 MLB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미라클 런’이었다.

클리블랜드는 하루 휴식 후 내달 1일 디트로이트를 홈으로 불러들여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치른다. 최근 마운드가 탄탄한 클리블랜드와 달리 디트로이트의 타선이 침체를 겪고 있어 상성상 우위가 점쳐진다.
실제로 이달에만 두 팀은 6번 만나 클리블랜드가 무려 5승을 가져간 바 있다. 여기에 3경기 모두 클리블랜드의 홈구장에서 열리는 이점도 있다. 이 흐름만 잇는 다면 가을이 금방 끝나진 않을 듯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