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는 제명 위기, 에이스는 매각, 하지만 ‘2.9%의 기적’이 일어났다…5할도 버겁던 이 팀, 마법의 9월과 함께 가을야구…

[SPORTALKOREA] 한휘 기자= 올해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기적이 일어났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는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이날 경기는 클리블랜드의 운명이 달린 ‘결전’이었다. 경기 전까지 클리블랜드는 86승 74패(승률 0.538)를 기록 중이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승률은 같으나 상대 전적에서 8승 5패로 앞서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 1위를 달렸다.
다만 승차가 없는 만큼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지구 2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었다. 이 경우 와일드카드 순위표 3위에 자리하는데, 4위 휴스턴 애스트로스(85승 75패)와는 1경기 차다. 그런데 클리블랜드는 휴스턴과의 상대 전적도 4승 2패 우위다.
따라서 클리블랜드가 이번에 텍사스를 잡고 승리를 더하면 최소 휴스턴과 같은 승률을 확보하게 되므로, 남은 경기 결과와 무관히 와일드카드 3위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다.

걸린 게 많은 만큼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선발 투수 조이 칸티요가 1회 초 선취점을 내줬으나 1회 말 조너선 로드리게스의 투런포(2호)로 역전했다. 하지만 4회 초 아돌리스 가르시아에게 솔로포(19호)를 맞으며 동점이 됐고, 그대로 9회 초까지 균형이 이어졌다.
운명의 9회 말, 좌완 로버트 가시아를 상대로 2사 후 로드리게스의 볼넷과 카일 맨자도의 행운의 안타가 나오며 1, 3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우타자 가브리엘 아리아스가 들어왔고, 텍사스 벤치는 자동 고의4구를 택했다.
타석에는 신인 좌타자 C.J. 케이퍼스가 섰다. 그리고 0-1 카운트에서 가시아의 2구가 케이퍼스의 오른쪽 팔뚝을 맞췄다. 아픔보다 기쁨이 먼저 찾아왔다. 끝내기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으로 클리블랜드가 3-2로 이겼다. 포스트시즌행 티켓도 손에 넣었다.


그야말로 ‘기적’이다. 클리블랜드는 시즌 중반만 하더라도 5할 승률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 심지어 AL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엠마누엘 클라세가 불법 도박 조사를 위해 선수단에서 무기한 제외되는 악재가 겹쳤다.
혐의가 승부 조작까지 확대되며 최악의 경우 ‘영구 제명’까지 당할 수도 있는 상황. 핵심 마무리를 잃고 동력이 사라진 클리블랜드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부상에서 회복 중이던 ‘에이스’ 셰인 비버를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트레이드했다.
7월 10일 클리블랜드는 지구 선두 디트로이트에 무려 15경기 반 차로 밀려 있었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 후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8월 종료 시점에서 클리블랜드의 성적은 68승 67패. 5할 승률 ‘턱걸이’ 상태였다.
그런데 9월에만 무려 19승 7패(승률 0.731)로 ‘폭주’했다. 월 중반 한때 10연승을 질주했다. 반면 디트로이트가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격차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지난 24일 클리블랜드와 디트로이트의 승차는 사라졌다.

26일과 27일 경기에서 연달아 패하며 흐름이 끊겼지만, 디트로이트와 휴스턴이 주춤한 것은 매한가지라 포스트시즌 확률은 점점 올라갔다. 결국 이번 경기에서 자력으로 가을야구 티켓을 따내며 드라마를 완성했다.
클리블랜드의 연승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일 기준,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가 측정한 클리블랜드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고작 2.9%였다. 그로부터 약 4주가 지난 오늘, 이들은 확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기적’을 썼다.
이로써 클리블랜드는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18년 이후 이어져 온 ‘퐁당퐁당’ 가을야구 패턴도 깼다. 타선의 무게감 부족이 걸림돌이지만, 마운드는 9월 MLB ‘최강’을 자부하는 만큼 가을야구에서 보여 줄 클리블랜드의 ‘선발 야구’에도 눈길이 간다.


사진=MLB 공식 X(구 트위터)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공식 X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