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8.38’ 험난했던 8~9월, 그렇기에 더욱 값진 KBO 44년 역사상 최고 기록…김광현의 10승과 함께 준PO 직행…

[SPORTALKOREA] 한휘 기자= 과정이 험난했던 만큼, 그 끝에 달성한 ‘대기록’은 더욱 값진 법이다.
SSG 랜더스 김광현은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경기 초반 투구 내용은 깔끔했다. 8타자 연속으로 범타를 기록하며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유찬에게 경기 첫 안타를 내줬으나 안재석을 1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갔다.
4회 들어 균열이 났다. 볼넷 2개로 1사 1, 2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양석환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하지만 추가 실점은 허용하지 않고 빠르게 불을 껐다. 5회에도 볼넷과 도루, 실책이 겹쳐 2사 3루 상황이 나왔으나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김광현은 6회 1아웃까지 잡고 76구 만에 등판을 마쳤다. 휴식일을 앞둔 SSG가 일찍 필승조를 가동하며 김민에게 배턴을 넘겼다. 팀이 6-2로 큰 어려움 없이 이기며 김광현의 시즌 10승(9패)이 기록됐다.

상당한 의미가 있는 승리다. 김광현은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떠오른 2008년(16승)을 시작으로 그간 11차례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이는 송진우(은퇴)와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KBO리그 최다 타이기록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김광현이 재차 10승 달성에 성공하며 12번째 두 자릿수 승리를 완성했다. 이로써 1982년 창설된 KBO리그 44시즌을 통틀어 최고 기록 보유자가 됐다.

‘기록 행진’에 점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미 2년 전 역대 최소 경기 통산 15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김광현은 지난 7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역대 최소 경기·이닝 2,000탈삼진이라는 대업도 달성했다. 여기에 이달에만 3승을 쌓을 정도로 페이스를 끌어 올리며 10승 고지까지 밟았다.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낸 김광현이라 더 뜻깊다. 전성기 시절 KBO리그 최고의 좌완으로 군림한 김광현이지만, 그도 나이는 속일 수 없었다. 지난해부터 2시즌 연달아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부상과 그 여파로 부진했던 2011~2013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데뷔 후 가장 높은 4.9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적어도 타고투저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설명은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다수 세부 지표가 좋아졌음에도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피안타율(0.279) 탓인지 성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페이스가 나쁘지 않았고, 이후로도 다소 기복은 있었으나 3점대 평균자책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8월 7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시작으로 3경기 내리 5회도 못 채우고 강판당하며 평균자책점이 대폭 올랐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3경기에서 2승을 수확하긴 했으나 투구 내용이 좋진 않았다. 1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1⅓이닝 4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당하는 굴욕도 안았다. 평균자책점이 5점대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김광현이었다. 3위 확보를 위해 매 경기가 ‘살얼음판’인 상황에서 명불허전이 무엇인지 보여 줬다. 김광현의 호투를 발판으로 SSG도 승리를 따내고 시즌 72승(4무 63패)째를 올렸다.
이로써 SSG는 4위 삼성(72승 2무 67패)과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정규시즌 남은 경기는 단 5경기. 역경을 딛은 김광현의 ‘대기록’과 함께 SSG도 3위 확보와 플레이오프 직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