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다 자르고 당일 해고 통보' 토트넘, 이렇게 '냉혈한 구단'이었다!→레비, 출입 금지. 짐 챙길 권한도 안줘...…

[SPORTALKOREA] 김경태 기자= 토트넘 홋스퍼 FC의 전 회장 다니엘 레비는 해임 당일 아침에도 자신이 떠나게 될 것을 몰랐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27일(한국시간) "레비는 구단을 전적으로 장악하며 운영했고, 그의 말은 언제나 최종 결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해임됐을 때, 레비는 훈련장에 들어가 자신의 물건을 챙길 권한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아내 트레이시 역시 그날까지 구단에서 일했지만 들어가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부부의 물건은 결국 밴(차량)을 통해 반송됐다. 기업 세계에서는 이렇게 날카로운 단절이 흔한 일이지만, 프리미어리그 축구계에서는 여전히 놀라운 장면이다. 오랫동안 리그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 중 하나의 지위가 순식간에 무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비는 21세기 토트넘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2001년부터 집행의장으로 구단 운영을 총괄하며 새 훈련장 건설(2012년), 신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완공(2019년) 등을 주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레스 베일을 레알 마드리드 CF에 8,600만 파운드(2013년·약 1,625억 원)에 매각하는 등 협상에 능숙한 모습을 보였으며, 손흥민, 크리스티안 에릭센같이 젊고 유망한 자원들을 저렴한 금액으로 데려와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그의 운영 아래 토트넘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추게 됐고, PL을 대표하는 구단인 '빅 6'로 올려놓기도 했다.
다만 보수적인 투자 기조 탓에 팬들의 불만도 컸고, 지난 시즌 PL에서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자, 현지에서는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여론을 뒤로하고 토트넘이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거두면서 다시금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가운데 토트넘은 지난달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레비가 구단을 떠나게 된다고 발표한 것이다.

겉으로는 자진 사임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해임'이었다. '디애슬레틱'은 "레비는 당일 아침까지도 자신이 물러날 줄 몰랐다. 전형적인 A매치 휴식기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미 전조 증상이 있었다. 루이스 가문은 올해 초부터 구단 운영을 면밀히 점검했고, 3월에는 금융계 베테랑 피터 채링턴을 이사회에 영입한 데 이어 미국 컨설팅 업체 '깁 리버'를 불러 내부 진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레비의 핵심 측근이던 도나 컬런이 떠났고, 비나이 벤카테샴이 CEO로 선임됐다. 루이스 가문이 구단을 소유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CEO 직함이 생긴 순간이었다.
결국 레비는 점차 구석으로 밀려났고, 끝내 하루아침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매체는 "이제 레비는 더 이상 의사 결정권이 없다. 자신이 세운 구장에서도 단순한 관중으로 앉아야 할 뿐이다. 25년 가까이 '토트넘의 모든 것'이었던 인물이 완전히 배제된 것이다. 레비의 문화는 사라지고, 구단은 새로운 체제로 접어들고 있다"고 짚었다.
사진=thfcrealm 인스타그램, 게티이미지코리아, 팀토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