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만의 ‘MLB 2호’ 진기록, 오타니 위협하던 이 선수가 완성할까…‘2할 3푼’ 3루수, 청정 타자 최초 대기록도 도전

[SPORTALKOREA] 한휘 기자= 올해 시애틀 매리너스의 ‘기록 행진’ 대열에는 칼 랄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애틀 에우헤니오 수아레스는 2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6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첫 타석부터 대포를 가동했다. 2회 말 1사 1루에서 콜로라도 선발 투수 브래들리 블레일락의 3구 낮은 슬라이더를 퍼 올렸다. 좌측으로 총알같이 날아간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비거리 415피트(약 126.5m)의 큼지막한 투런 홈런. 수아레스의 시즌 49호 홈런이었다.
4회에도 안타를 쳐낸 수아레스는 5회 1사 3루에서 좌전 1타점 적시타까지 더해 이날만 타점 3개를 추가했다. 수아레스의 활약과 함께 시애틀도 6-2로 이기며 2022년 이후 30년 만에 시즌 90승(69패) 고지를 밟았다.
이날 홈런을 더한 수아레스의 시즌 성적은 타율 0.233 49홈런 117타점 OPS 0.842가 됐다. 타율이 낮고 출루율도 고작 0.304에 불과한 점은 아쉽지만, 빼어난 장타력으로 이를 만회한다. wRC+(조정득점생산력) 역시 평균(100)을 한참 웃도는 129로, MLB 4위에 해당한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33세의 베테랑 내야수 수아레스는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던 2019시즌 49개의 홈런을 터뜨려 리그 정상급 우타 거포 반열에 오른 선수다. 2022시즌을 앞두고는 트레이드를 통해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다.
2시즌 간 53개의 홈런을 때리고 수아레스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트레이드됐다. 연봉이 비교적 높은 가운데 FA가 가까워지고 있는 점이 원인이었다. 지난해 30개의 홈런을 터뜨리면서 구단이 옵션을 활용해 올해까지 붙잡았는데, 올해 장타력이 다시금 폭발하고 있다.
수아레스는 7월까지 무려 36개의 홈런을 터뜨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홈런왕 경쟁을 펼쳤다. 이에 시애틀이 움직였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수아레스를 다시 데려왔다.
이적 후 OPS는 0.728에 그쳐 기대에 비하면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발 장타로 타선에 쏠쏠한 도움이 되고 있다. 덕분에 어느새 홈런 개수도 49개까지 늘었다.

AL과 내셔널리그(NL)에서 나눠서 친 바람에 각 리그 홈런 순위에서 상위 3위 안에 이름은 올리지 못했지만, 그 대신 특별한 타이틀에 도전 중이다. 바로 양대 리그에서 모두 뛰면서 1년에 50홈런을 쳐내는 것이다.
이 기록은 1997년 마크 맥과이어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AL)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NL)를 오가며 달성한 바 있다. 그런데 맥과이어는 금지 약물 복용 의혹이 있는 선수다. 이른바 ‘청정 타자’ 가운데는 아직 아무도 고지에 오르지 못했는데, 수아레스가 단 1개의 홈런만 남기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단일 시즌 50홈런을 기록한 3루수 역시 2007년 54홈런을 기록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당시 뉴욕 양키스)가 유일한데, 로드리게스 역시 금지 약물 복용으로 2번이나 징계를 받았다. 이 부문에서도 수아레스가 ‘청정 타자’ 최초 기록에 도전한다.

한편, 시애틀은 이미 칼 랄리가 올해 60개의 홈런을 때려낸 바 있다. 여기에 수아레스마저 50홈런을 채우면 한 팀이 한 시즌에 50홈런 타자 2명을 보유하는 진기록을 세운다.
이는 100년이 넘는 MLB 역사상 현재까지 단 한 번 나온 기록으로, 1961년 ‘M&M 보이스’로 불린 양키스의 미키 맨틀(54홈런)과 로저 매리스(61홈런)의 사례가 유일하다. 그런데 수아레스가 한 번만 더 담장을 넘기면 이 대열에 합류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