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전할 것" 슈투트가르트행 좌절 오현규, PK 실축에도 결승골+포효… "눈물날 것 같아…

[SPORTALKOREA] 황보동혁 기자= 최근 힘든 시간을 보낸 오현규(KRC 헹크)가 득점을 한 뒤 후련한 듯이 포효했다.
헹크는 26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페이즈 1차전에서 레인저스를 1-0으로 제압했다. 이날 선발 출전한 오현규는 81분 동안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 공격을 이끌며 확실한 존재감을 증명했다.

경기는 쉽지 않았다. 헹크는 전반 41분 모하메드 디오망테가 퇴장당하며 수적 우위를 잡았지만, 득점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전반 추가 시간, 야이마르 메디나가 박스 안에서 파울을 얻어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키커로 나선 오현규는 침착하게 슈팅했지만 골키퍼 잭 버틀랜드의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나 후반 10분, 오현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야르너 스퇴커르스의 패스를 이어받아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실축을 만회했다. 감정이 북받친 그는 상의를 벗고 포효하며 환호했고, 곧바로 경고를 받았다. 이후 후반 35분 유세프 에라비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떠났고, 헹크는 그의 결승골을 지켜내 승리를 확정했다.

축구통계 매체 ‘팟몹’에 따르면 이날 오현규는 PK 실축에도 불구하고 평점 7.7점을 기록했다. 기대득점(XG) 2.78, 유효 슈팅 2회, 볼 터치 34회, 지상 경합 성공 3회를 기록하며 레인저스 수비진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경기 후 구단 공식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오현규는 “전반전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반드시 골을 넣을 수 있다고 믿었다. 페널티킥 순간에도 망설이지 않았다. 나는 공격수니까, 내 일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득점 이후 모든 게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정말 감정이 북받쳤다. 지금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슈투트가르트와 있었던 일도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다. 게다가 나는 셀틱 출신인데, 아이브록스(레인저스 홈구장)에서 골을 넣은 건굉장히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오현규는 지난 12일 A매치 일정을 마친 뒤 개인 SNS를 통해서도 속마음을 밝혔다. 그는 “많은 응원 덕분에 다시 한번 축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 내가 겪은 일들은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라 생각한다. 언제나 다시 부딪히고 도전할 것”이라며 다소 덤덤한 태도로 팬들에게 소감을 남겼다.
하지만 슈투트가르트 행 좌절은 그의 말처럼 쉽게 잊기 어려운 사건이기도 했다. 슈투트가르트 이적은 이미 헹크와 2,500만 유로(약 406억 원) 이적료 및 2030년까지의 장기 계약에 합의했지만 막판에 무산됐다.

독일 ‘빌트’는 메디컬 테스트 불합격을 이유로 들었으나, 벨기에 ‘HLN’은 “슈투트가르트가 메디컬을 핑계로 이적료 인하나 임대를 요구했고, 헹크가 이를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슈투트가르트는 과거 십자인대 부상 이력을 문제 삼았지만, 헹크는 “최근 수년간 정상적으로 뛰어왔다”며 이적이 무산된 진짜 이유가 협상 과정의 이견 때문임을 강조했다.
결국 아쉬운 이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오현규는 그라운드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내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사진= KRC 헹크,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