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년 만의 대기록’ 세웠는데, 54년 만의 불운도 같이 따라왔네…‘ERA 1.97’ 괴물 투수, 사이 영 상으로 보답 받…

[SPORTALKOREA] 한휘 기자= 106년 만의 대기록. 그리고 54년 만의 불운. 상반된 두 키워드가 같은 선수를 동시에 찾아 왔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폴 스킨스는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완벽에 가까웠다. 2회까지 여섯 타자를 전부 범타로 정리한 스킨스는 3회에 안타 2개를 맞았으나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4회에도 1사 후 스펜서 스티어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이어진 두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웠다.
스킨스는 5회 선두 타자 타일러 스티븐슨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이후 세 타자를 순식간에 잡고 재차 실점을 막아냈다. 6회는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지워낸 후 등판을 마쳤다. 저스틴 로렌스에게 배턴을 넘겼다.

올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스킨스는 32경기 187⅔이닝 평균자책점 1.97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탈삼진 216개, WHIP(이닝당 출루 허용) 0.95, 9이닝당 피홈런(0.53개) 등 여러 부문에서 내셔널리그(NL) 선두를 달린다.
이번 호투로 스킨스는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23세 이하 선수가 1점대 평균자책점 시즌을 기록한 것은 역사상 4번째다. 1964년 딘 챈스(1.65)와 1971년 바이다 블루(1.82)가 기록했고, 최근 기록은 무려 40년 전인 1985년 드와이트 구든(1.53)이 달성한 것이다.
심지어 피츠버그 소속 선수 가운데 규정이닝을 채우고 1점대 평균자책점을 달성한 선수는 라이브볼 시대(1920년 이후) 들어 스킨스가 최초다. 데드볼 시대를 합쳐도 1919년 베이브 애덤스(1.98) 이후 106년 만에 처음이다. 그야말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스킨스는 지난 시즌 비록 규정이닝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평균자책점 1.96으로 호투하며 신인왕 투표 3위에 올랐다. 통산 평균자책점은 1.96으로, 데뷔 후 2시즌 평균자책점 1점대를 유지한 것은 스킨스가 사상 최초다.

이렇게 위대한 시즌을 보낸 스킨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역대급 불운’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따라왔다. 이날 스킨스는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으나 불펜진의 ‘방화’로 동점이 되면서 승리가 날아갔다. 결국 10승 10패로 시즌을 마쳤다.
라이브볼 시대 들어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두 자릿수 패전을 떠안은 것은 스킨스가 역대 8번째다. 1996년 케빈 브라운(평균자책점 1.89 17승 11패) 이후 29년 만에 다시 나온 기록이다.
그런데 스킨스는 간신히 승률 5할을 맞췄다. 앞서 이 기록을 달성(?)한 7명 가운데 6명은 패보다 승이 많았다. 평균자책점 1점대에 두 자릿수 패전을 떠안으며 승리가 패와 같거나 더 적은 사례는 1971년 켄 샌더스(평균자책점 1.91 7승 11패) 이후 54년 만에 스킨스가 처음이다.

그만큼 스킨스는 올해 심한 불운에 시달렸다. 이번 경기처럼 불펜진이 승리를 날린 사례도 종종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빈약한 타선이 문제였다. 스킨스의 9이닝당 득점 지원은 고작 3.40점으로 NL에서 2번째로 작다.
하지만 적어도 겨울에도 불운할 일은 없어 보인다. 1점대 평균자책점을 달성하며 스킨스는 사이 영 상 트로피에 본인의 이름을 새겨둔 채 받는 일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투표 3위까지 올랐는데, 올해는 기어코 정상에 설 수 있을 듯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