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25홀드 필승조마저 와르르 무너지다니, 다저스는 이기고도 찝찝하다…‘사사키·커쇼’ 불펜 투입 이유 있네

[SPORTALKOREA] 한휘 기자= LA 다저스가 사사키 로키와 클레이튼 커쇼를 불펜으로 기용한 데는 이유가 있다.
다저스 알렉스 베시아는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 경기에 구원 등판했으나 ⅓이닝 2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부진했다.

베시아는 팀이 4-1로 앞선 8회 말 팀의 3번째 투수로 올라왔다. 그런데 평소의 그답지 않게 흔들렸다. 첫 타자 조던 롤러에게 곧바로 잘 맞은 직선타를 내줬다. 좌익수 앤디 파헤스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안타가 됐을 타구였다.
불안감은 실점으로 이어졌다. 베시아는 케텔 마르테와 헤랄도 페르도모를 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냈다. 결국 코빈 캐롤에게 우전 1타점 2루타를 맞고 한 점을 헌납한 뒤 에드가르도 엔리케스와 교체돼 등판을 마쳤다.
엔리케스가 주자를 전부 불러들이며 베시아의 실점은 3점으로 늘었다. 그나마 동점이 되기 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덕에 홀드는 추가했으나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다저스는 연장 11회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5-4로 이겼다. 하지만 이기고도 찝찝함이 남았다. 계속해서 발목을 잡는 불펜 문제가 오늘도 터져 나왔다. 심지어 불펜진에서 제 몫을 해 주던 베시아가 무너진 터라 타격이 더 크다.

2021년부터 다저스의 좌완 필승조로 활약 중인 베시아는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67경기 66⅓이닝 5승 4패 5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1.76으로 리그 최고 수준의 좌완 불펜 요원으로 발돋움하며 월드 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좋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66경기 58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 2패 5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2.62를 기록했다. 필승조들이 하나같이 불안한 모습만 보이던 다저스에서 안정감을 갖춘 몇 안 되는 자원이었다.
8월 들어 월간 평균자책점이 4.70(7⅔이닝 5실점 4자책)까지 올라 페이스가 꺾이는 듯했지만, 이달 들어 6경기에서 단 1실점만 기록하며 본궤도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 등판에서 연투의 여파인지 와르르 무너졌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07로 치솟았다.

베시아마저 무너지며 다저스의 불펜 고민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 다저스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34로 내셔널리그(NL) 15개 구단 가운데 12위에 그친다. 팀 블론세이브도 25개로 NL에서 4번째로 많다.
브루스더 그라테롤이나 에반 필립스 등 기존 주력 선수들이 부상으로 오랜 기간 자리를 비우고 있다. 태너 스캇과 커비 예이츠 등 영입생들은 ‘먹튀’로 전락하며 불펜진 두께가 심하게 얕아졌다.
당장 다저스 불펜 투수 가운데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가 측정하는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 1.0 이상 기록한 선수가 베시아(1.0)와 잭 드라이어(1.2) 2명뿐이다. 그런데 그중 하나인 베시아가 무너졌으니 파급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선지 다저스는 이날 애리조나전에서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실험실’을 열었다. 사사키와 커쇼를 불펜으로 투입한 것이다. 사사키는 최고 시속 100마일(약 161km)의 속구를 던지며 1이닝을 2탈삼진 ‘퍼펙트’로 정리했고, 커쇼 역시 ‘삼자범퇴’로 제 역할을 했다.
이제 막 부상에서 회복한 사사키는 그렇다 쳐도, 커쇼를 불펜으로 내보낸 점을 보면 다저스도 그만큼 불펜난 해소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커쇼의 구원 등판은 2019년 9월 30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 무려 2,187일 만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다저스가 우승까지 차지하려면 결국 불펜 등판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뒷문을 단단히 지켜줘야 한다. 베시아 역시 이번 등판과는 다른 모습이 나와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