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10위’ KIA 우승 이끈 핵타선이 어쩌다가 이렇게 몰락했나…충격의 ‘KKKKKKKKKKKKKKKKK’, 리빌딩이든 리…

[SPORTALKOREA] 한휘 기자= 문자 그대로 ‘대굴욕’을 겪은 KIA 타이거즈 타선의 가려진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KIA는 지난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0-5로 무기력하게 졌다. 선발 투수 김태형이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분전했으나 타선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세부 지표를 뜯어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날 KIA 타선은 선발 전원 삼진이라는 끔찍한 기록을 남겼다. 김건우를 상대로 5회 1사까지 안타 하나도 치지 못한 채 무려 12개의 삼진을 헌납했다. 이날 KIA의 총 출루 횟수는 단 5번으로, 안타 2개와 볼넷 3개가 끝이다.
김건우의 ‘12K’는 올해 토종 투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이자, 토종 투수 시즌 2호 선발 전원 탈삼진이었다. 꾸준히 로테이션을 돈 선수도 아닌, ‘대체 선발’ 역할이던 김건우에게 이런 기록을 헌납한 터라 충격이 더 크다.

사실 불펜진에 가렸을 뿐, ‘디펜딩 챔피언’ KIA가 8위까지 추락한 데는 타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일단 팀 OPS는 0.738로 3위를 달린다. 팀 홈런은 138개로 삼성 라이온즈(153개)에 이어 2위다.
그런데 정작 팀 득점(642득점)은 6위로 타 지표 대비 유난히 득점력이 나쁘다. 10개 구단 ‘최악’의 득점권 집중력이 발목을 잡는다. 득점권 타율(0.248)과 OPS(0.705) 모두 ‘꼴찌’다.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도드라진다. 지난해에는 팀 타율(0.301)과 OPS(0.828), 득점(858득점)까지 1위를 석권한 것은 물론, 득점권에서도 타율(0.308), OPS(0.847) 선두를 달렸다. 그런데 올해 유독 득점권 성적만 뚝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중간은 갔던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 들어서는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팀 타율(0.255) 8위, 팀 OPS(0.728) 7위다. 심지어 팀 득점은 212점으로 최하위다. 10개 구단 중 가장 생산성이 나쁘다.

물론 지난해 MVP를 수상한 김도영이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하는 악재도 있었다. 하지만 KIA는 김도영만 잘해서 ‘핵타선’이 된 것이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제각기 좋은 기량을 발휘해 시너지 효과를 냈는데, 올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작지 않은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KIA는 주전 유격수 박찬호와 ‘해결사’ 최형우가 전부 FA 자격을 얻는다. 올해 다른 ‘예비 FA’ 선수들이 부진하면서 박찬호의 가치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형우는 40대의 나이에도 맹타를 휘두르는 데다 C등급이라는 이점이 있다.
이들을 잡아도 문제다. KIA 타선은 절대적으로 베테랑들에게 의존하는 구조다. 이번 경기처럼 최형우와 나성범이 벤치에 앉으면 팀 전체가 침체에 빠질 정도다. 이를 달리 말하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디다는 뜻도 된다.


지난해 KIA의 25세 이하 선수 OPS는 0.929로 KBO리그 1위였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김도영 덕을 본 수치다. 올해 KIA는 25세 이하 선수 소화 타석수(665타석)와 OPS(0.639) 모두 9위로 처져 있다.
조금 여유 있게 30세 이하로 범위를 넓혀도 OPS 8위(0.679)에 그칠 정도로 고령화가 심하다. 이런 와중에 베테랑들이 ‘에이징 커브’에 직면하는 순간 KIA 타선은 연봉만 높고 생산성은 떨어지는 ‘윈나우 탱킹’ 팀이 된다.
KIA는 지난해와 올해 성적을 위해 젊은 야수들의 성장을 다소 희생하고 베테랑을 중용해 왔다. 하지만 이제 한 경기만 져도 가을야구는 물 건너간다. 내년에는 전면적인 리빌딩에 나서든, 최대한 전력을 온존하며 리툴링을 진행하든 무언가 손을 써야 한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