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 잘 치는 37번 박씨 우타자’ 낯선 선수에게서 박건우의 향기가 난다…3G 연속 멀티 히트, 차기 시즌 개막전 주전?

[SPORTALKOREA] 한휘 기자= 지난해까지 1군 통산 66경기 출전에 그쳤던 낯선 선수에게서 익숙한 선배 선수의 향기가 난다.
두산 베어스 박지훈은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 2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첫 타석에서 뜬공으로 물러난 박지훈은 2번째 타석부터 안타를 생산했다. 1사 2루에서 좌전 안타를 치며 2루 주자 안재석을 3루로 보냈다. 이어 제이크 케이브와 양석환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며 안재석에 이어 박지훈까지 홈을 밟았다.

4회에는 2사 2, 3루에서 다시 좌전 안타를 쳐내며 3루 주자 조수행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아쉽게도 2루 주자 안재석이 홈에서 아웃당하며 2타점이 되지는 않았으나 좋은 타격감을 이어 갔다.
멈추지 않았다. 9회 초 무사 1루에서 들어선 마지막 타석에서 이번에는 우익수 쪽 안타를 쳤다. 3안타 경기를 펼치며 득점권 기회를 이어 갔다. 비록 동점까지 만들진 못하고 5-7 패배로 경기가 끝났으나 박지훈의 활약은 만점짜리였다.
타격감이 정말 좋다. 한동안 2군에서만 뛰던 박지훈은 이달 들어 다시 1군 기회를 잡았다. 지난 16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안타를 쳐냈고, 이어진 2경기에서 교체로 나와서도 홈런을 쳐내는 등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 갔다.
이에 20일 SSG 랜더스전부터는 주전으로 라인업에 안착했다. 그러더니 타격감이 점점 더 올라온다. 21일 SSG전에서는 무려 데뷔 첫 멀티 히트 경기를 4안타로 장식하더니 22일에는 3타점을 기록하고 9-2 승리를 견인했다. 여기에 오늘도 안타 3개를 더하며 3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달성했다.

이렇게 맹타를 휘두르는 박지훈은 야구팬들에게 비교적 낯선 이름이다.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그간 잠재력은 인정받아 왔으나 1군에 정착하진 못했다.
올 시즌 전까지 1군에서 통산 66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팀 선배 오재원의 협박으로 수면제를 대리 처방해 준 사실이 밝혀져 조사를 위해 경기에 거의 나서지도 못했다. 그나마 강압성이 인정돼 사회봉사 징계만 받아 선수 생활이 멈추진 않았다.
올해 1군에서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으나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이승엽 전 감독이 팀을 이끌던 5월까지 25경기에 출전했으나 단 7타석에만 들어섰다. 대부분 대수비나 대주자로 경기 막판 투입됐다.

그런데 2군에서 재조정을 거쳐 이달 1군에 돌아오더니 펄펄 난다. 7경기에서 하루도 안 쉬고 안타를 쳐내며 좋은 컨택 능력을 과시한다. 2루타 2개에 홈런도 기록하며 ‘중장거리포’의 잠재력도 드러냈다.
성적은 타율 0.467(30타수 14안타) 1홈런 6타점 OPS 1.133이다. 표본이 적다고는 하나 시즌 말미 타격감이 워낙 좋아 내년을 더 기대케 한다.


박지훈의 활약에 연상되는 선수가 한 명 있다. 2010년대 후반 리그 최고의 외야수로 성장하며 두산의 세 차례 우승을 함께 한 박건우(NC 다이노스)다.
쌓인 경력이나 기량에서는 격차가 크지만, 미묘하게 닮은 점이 많다. 중장거리형 우타자면서도 체구가 크지 않다. 프로필상 키가 단 1cm 차이에 그친다. 주력도 나쁘지 않아 ‘호타준족’으로도 분류된다. 때마침 성씨도 같은 데다 박지훈의 등번호도 박건우가 쓰던 37번이다.
박지훈은 박건우보다 10살 어리다. 그리고 박건우가 주전으로 안착한 시즌이 바로 2016시즌이다. 내년이면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다. 박지훈이 박건우와 같은 나이에 주전 자리를 꿰차고 두산의 야수 리빌딩 한 축을 맡을 수 있을까.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