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MVP가 하고 싶다’ 포수가 58홈런이라니 실화인가…연이틀 담장 넘긴 랄리, 60홈런이 보인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포수가 50홈런 고지를 밟은 것도 놀라운데, 이제는 60홈런 ‘대업’까지 달성할 분위기다.
시애틀 매리너스 칼 랄리는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다이킨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 경기에 2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랄리지만, 클리크 조정에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팀이 5-0으로 앞선 2회 초 2번째 타석에서 곧바로 대포를 가동했다.
1사 1루에서 랄리는 휴스턴 선발 투수 제이슨 알렉산더의 바깥쪽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잡아당겼다. 제대로 맞은 타구는 우측으로 쭉쭉 뻗더니 그대로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시즌 69호 투런 홈런.
랄리의 ‘괴력’을 제대로 보여 주는 타구였다. 바깥쪽 공을 억지로 당겨치는 구도가 됐음에도 스위트 스팟에 공을 정확히 맞혔다. 타구 속도는 무려 시속 107.8마일(약 173.5km)에 달했다.

입을 다물 수 없는 수준이다. 랄리는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246 57홈런 119타점 OPS 0.947을 기록했다. 포지션을 막론하고 빼어난 성적인데, 심지어 랄리는 수비 부담이 매우 큰 포수다. 심지어 포수 수비가 나쁜 것도 아니다.
이러한 파워로 올해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지난달 26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시즌 50홈런 고지를 밟으며 포수 포지션 선수로는 MLB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50홈런을 기록하는 대업을 달성했다.
지난 17일 캔자스시티전에서는 홈런 2개를 터뜨리면서 미키 맨틀(전 뉴욕 양키스)이 1961년 세운 54홈런을 넘어 스위치 히터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갈아 치웠다. 담장을 한 번 넘길 때마다 역사서에 새로운 한 줄을 적어 넣고 있다.
어제(21일)는 켄 그리피 주니어가 1997년과 1998년 기록한 56홈런을 넘어 시애틀 구단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도 세웠다. 1977년 시애틀이 창단한 이래 48년 역사의 ‘정점’에 랄리가 올라섰다.

만약 막판에 페이스를 조금만 더 끌어 올리면 60홈런 고지를 밟는 것도 가능하다. 연이틀 홈런을 작렬하며 달성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중이다. 그런데 MLB 역사상 금지 약물 논란 없이 60홈런 고지를 밟은 선수는 전부 뉴욕 양키스 소속 선수였다. 랄리가 달성하면 비(非) 양키스 선수로는 ‘최초’다.
공교롭게도 올해 랄리는 양키스 선수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바로 애런 저지와의 MVP 레이스가 그것이다. 저지 역시 올해 MLB 역사에 남을 만한 경이로운 성적을 남기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랄리가 홈런을 친 이날 저지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4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했다. 그럼에도 시즌 성적은 타율 0.326 49홈런 105타점 OPS 1.123으로 압도적이지만, 랄리가 60홈런에 점점 가까워지며 저지도 위기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다.
저지는 타율과 출루율(0.451), 장타율(0.672), OPS 모두 MLB 전체 선두다. 이런 선수가 MVP를 못 받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랄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만약 포수 최초로 60홈런 고지까지 정복한다면 표심은 더욱 한쪽으로 기울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