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경쟁’ MVP 누가 받을지 진짜 모르겠다! ‘48년 사상 최고 기록’ 나오자마자 홈런 응수라니…랄리·저지 누가 정점…

[SPORTALKOREA] 한휘 기자= 올해 아메리칸리그(AL) MVP 경쟁은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전혀 모자라지 않아 보인다.
시애틀 매리너스 칼 랄리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다이킨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 경기에 2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유일한 안타가 홈런이었다. 랄리는 팀이 2-0으로 앞선 3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휴스턴 선발 투수 프람버 발데스를 상대했다. 0-2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3구 싱커가 다소 높게 들어 왔고, 놓치지 않았다.
랄리의 타구는 우중간으로 쭉 뻗어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타구 속도 시속 105.6마일(약 169.9km), 비거리 399피트(약 121.6m)가 기록됐다. 17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이후 나흘 만에 터진 시즌 57호 홈런이었다.
이 홈런은 새 역사를 추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한 시즌 57홈런은 지난 1997년과 1998년 켄 그리피 주니어가 기록한 56홈런을 넘은 시애틀 구단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이다. 1977년 창단 이래 48년 역사상 최고 기록이 나왔다.

랄리는 올해 MLB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달 26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시즌 50홈런 고지를 밟으며 포수 포지션 선수로는 MLB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50홈런을 기록하는 대업을 달성했다.
지난 17일 캔자스시티전에서는 홈런 2개를 터뜨리면서 미키 맨틀(전 뉴욕 양키스)이 1961년 세운 54홈런을 넘어 스위치 히터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갈아 치웠다. 담장을 한 번 넘길 때마다 역사서에 새로운 한 줄을 적어 넣고 있다.
만약 막판에 페이스를 조금만 더 끌어 올리면 60홈런 고지를 밟는 것도 가능하다. MLB 역사상 금지 약물 논란 없이 60홈런 고지를 밟은 선수는 전부 양키스 소속 선수였다. 랄리가 홈런 3개를 추가하면 이 역시 새로운 이정표가 된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46 57홈런 119타점 OPS 0.947이다. 타율이 조금 낮긴 해도 포수임을 고려하면 훌륭하다. 유력한 MVP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활약에도 아직 수상을 장담할 수 없다. 어마어마한 타격감을 선보이는 애런 저지(양키스)의 존재 때문이다. 저지는 이날 랄리의 홈런이 터지고 수 분도 지나지 않아 다른 구장에서 대포를 가동하며 응수했다.
저지는 이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 경기 3회 초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6-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 홈런으로 저지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329 49홈런 105타점 OPS 1.129로 타율, 출루율(0.452), 장타율(0.677), OPS 모두 MLB 1위다.

랄리가 온갖 신기록을 세웠음에도 순수하게 타격 지표만 보면 저지가 확실한 우위다. OPS가 0.2나 차이 난다. 만약 2년 연속 50홈런 고지를 밟으면 저지 역시 더 많은 표를 쓸어 담을 수 있다.
다만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 기준으로 저지는 9.2, 랄리는 8.7이다. 랄리가 수비에서 벌어들이는 점수가 상당히 커서 격차를 좁혔다.
상황이 이러니 끝까지 MVP의 향방을 섣불리 예측할 수가 없다. ‘역대급’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이 경쟁의 결말이 어떻게 쓰이게 될지 눈길이 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