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톰 션’ 넘어서다니, ‘가비지 이닝’도 못 먹고 3실점…무너진 벨라스케즈, ‘역대 최악’ 타이틀 따라온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어느새 ‘KBO리그 역사상 최악’이라는 타이틀까지 따라오고 말았다.
롯데 자이언츠 빈스 벨라스케즈는 2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했으나 1이닝 3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부진했다.

2-11로 크게 밀리던 6회 초 출격했다. ‘가비지 이닝’이라도 소화해 주길 바랬으나 이번에도 난타당했다. 선두 타자 이주형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여동욱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어준서의 타구가 2루수 직선타가 되며 한숨 돌렸으나 송지후에게 2루타를 맞으며 끝내 실점했다.
벨라스케즈는 이후 임병욱의 땅볼과 송성문의 적시타로 두 점을 더 주고서야 이닝을 마쳤다. 스코어를 12점 차까지 벌리고서야 마운드를 내려갔다. 롯데는 5-15로 크게 지며 6위로 미끄러졌다.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벨라스케즈는 터커 데이비슨의 대체 선수로 지난달 초 한국 땅을 밟았다. 데이비슨이 시즌 10승을 채우고 평균자책점도 3.65로 준수했음에도 부족한 이닝 소화력 등이 문제가 됐고, 승부수를 던졌다.
메이저리그(MLB)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겨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심각하다. 선발로 나선 6경기에서 1승 4패 평균자책점 10.50(24이닝 28실점)이라는 처참한 성적만 남겼다. 결국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지난 16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⅔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불안하더니, 이번에는 큰 점수 차에서도 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사실상 아예 등판하지 않는 것이 팀에 더 도움 되는 수준이다.
이날 부진으로 벨라스케즈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1.22(25⅔이닝 32실점)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되면서 굴욕적인 타이틀도 떠안았다. 시즌 도중 합류해 10이닝 이상 던진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평균자책점이 높은 선수가 벨라스케즈다.

본래 이 타이틀은 KBO리그 역대 최악의 외국인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톰 션이 갖고 있었다. 2008년 삼성 라이온즈가 외야수 제이콥 크루즈를 대신해 영입한 션은 7경기(6선발) 6패 평균자책점 10.73(26이닝 33실점 31자책)이라는 끔찍한 기록을 작성하고 방출당했다.
당시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다. 그리고 빠른 템포의 경기 운영과 타자와의 승부를 즐기는 편”이라는 인터뷰 내용은 야구 커뮤니티 등지에서 일종의 ‘밈’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경기 결과로 벨라스케즈의 평균자책점이 션보다 높아졌다.

삼성은 당시 션은 물론이고 시즌 초 활약하던 웨스 오버뮬러까지 부진하면서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쫓겨나는 와중에도 1경기 차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그런데 올해 롯데는 자칫하다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날 판이다.
분명 외국인 투수에게 바라는 ‘압도적’인 모습을 바라고 데이비슨을 포기한 롯데다. 그러나 정작 대신 데려온 벨라스케즈가 ‘압도적’으로 부진하면서 이는 최악의 오판이 되고 있다. 정규시즌은 단 7경기 남았다. 반전은 있을까.

사진=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