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방출하길 잘했네!” 여전히 유쾌한 前 삼성 외국인 타자의 ‘디아즈 축하법’…“내 통산 홈런이랑 비슷해”

[SPORTALKOREA] 한휘 기자= 비록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지만, 모두에게 사랑받은 그 성격은 은퇴 후에도 여전하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타자로 활약했던 데이비드 맥키넌은 지난 18일(한국시각) 본인의 SNS에 한 영상을 인용하면서 “젠장… 날 방출하길 잘했네!”라는 글을 게시했다.

맥키넌이 인용한 영상은 이날 삼성과 NC 다이노스의 경기 4회 초, 0-4로 끌려가던 삼성이 르윈 디아즈의 추격의 스리런 홈런을 앞세워 추격하는 순간이었다. 디아즈의 시즌 48호 홈런. 2015년 야마이코 나바로와 함께 KBO리그 외국인 타자 역사상 최다 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디아즈가 만약 홈런 2개를 더 때려내면 팀 동료 박병호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시절이던 2015년 53홈런을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KBO리그에 50홈런 타자가 등장하게 된다. 삼성 구단 기준으로는 2003년 이승엽(56홈런) 이후 22년 만이다.
올 시즌 디아즈의 성적은 타율 0.302 48홈런 142타점 OPS 0.998이다. 홈런과 OPS 두 부문에서 KBO리그 1위를 달린다.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만 아니었다면 MVP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성적이다.


그런데 디아즈가 한국으로 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다름 아닌 맥키넌이다. 맥키넌은 지난 2024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계약하며 한국 땅을 밟았다. 일본 무대에서의 탄탄한 경력 때문에 ‘실패할 수 없는 선수’라는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4월까지만 하더라도 홈런이 잘 안 터질 뿐, 높은 타율과 출루율을 앞세워 제 몫을 해냈다. 그런데 5월부터 급격히 하락세를 탔다. 안타도 장타도 안 나올 정도로 심각한 슬럼프에 빠졌다.
결국 삼성은 올스타전을 끝으로 맥키넌을 방출했다. 성적은 72경기 타율 0.294 4홈런 36타점 OPS 0.767이다. 일견 나쁘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타고투저 시즌의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할 성적은 전혀 아니다.
삼성은 이후 루벤 카디네스(당시 등록명 카데나스)를 영입했으나 허리 문제로 몇 경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방출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메운 선수가 바로 디아즈다. 맥키넌의 ‘대체의 대체’ 선수였던 셈이다.


지난해 정규시즌만 하더라도 물음표가 붙어 있던 디아즈는 포스트시즌에서의 맹타로 평판을 뒤집었고, 재계약에 성공한 뒤 올해 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거듭났다. 이런 디아즈의 소식을 들은 맥키넌도 본인만의 방식으로 축하를 남긴 것이다.
맥키넌의 유쾌함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맥키넌의 글을 본 한 팬이 건넨 “올해 최고의 자학 상”이라는 말을 듣고는 “디아즈는 48개의 홈런을 쳤다. 내가 커리어 내내 친 홈런 개수랑 비슷해”라며 웃었다.

사실 맥키넌은 성적은 아쉬워도 인성에 있어서는 호평이 자자했던 선수다. 훌륭한 ‘워크 에식’을 바탕으로 팀 훈련 시스템 개선에 힘을 보탰고, 선수단과의 관계도 좋았다. 맥키넌의 방출 소식을 듣고 인터뷰 등에서 공개적으로 아쉬워하는 선수들이 있었을 정도다.
팬 서비스도 좋았다. 올스타전에서 고릴라 옷을 입고 나와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그 누구도 실력이 아닌 성격으로는 맥키넌을 미워하지 않았다.
맥키넌은 지난 7월 현역 은퇴를 선언하고 팟캐스트 활동을 시작하며 현역 선수 타이틀을 뗐다. 제2의 인생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역시 특유의 유쾌함과 친화력은 어디 안 간다.

사진=뉴스1, 삼성 라이온즈 제공, 데이비드 맥키넌 개인 X(구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