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 피해→1년 OUT’ 영건은 동점타, ‘10년 차 유망주’는 끝내기…그늘에 가려있던 이들이 두산 연패 탈출 이끌었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그늘에 가려진 채 1군에서 멀어져가던 이들이 두산 베어스를 연패 수렁에서 건져냈다.
두산은 지난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서 3-2 ‘신승’을 거뒀다. 7연패 수렁에 빠지며 무너져 가던 두산은 지난 5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무려 13일 만에 승리의 달콤함을 맛봤다.

정수빈과 김재환 등 베테랑들이 재정비 차원에서 2군에 내려간 상황. 두산은 한동안 영건 위주로 타순을 구축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날도 결과적으로 3득점에 그치며 선발 투수 잭 로그를 돕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수확도 있었다. 팀 승리에 큰 공을 세운 선수들이 모두 1군보다 2군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며 고생하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두산은 8회 초까지 1-2로 끌려갔다. 8회 말 선두 타자 안재석이 2루타를 치고 나가며 기회가 왔다. 하지만 강승호의 번트가 투수 뜬공이 됐고, 제이크 케이브도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진루 없이 2아웃이 됐다.

그리고 김인태의 타석에 박지훈이 들어섰다. 통산 1군 경험이 93경기에 불과한 선수. 그럼에도 중요한 상황에서 좌완 투수 윤석원을 공략하기 위해 투입됐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1·2루 간으로 빠져나가는 적시타로 안재석을 불러들였다. 동점이 됐다.
이어 9회가 됐다. 1사 2루에서 대타 박계범이 중견수 쪽 짧은 안타를 쳤다. 2루에 있던 대주자 천현재가 홈으로 달렸으나 중견수 이주형의 완벽한 송구에 아웃당했다.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박준순이 자동 고의4구로 출루했다. 끝내기 경험이 있는 조수행의 타석이 돌아왔지만, 두산 벤치는 1군 통산 55경기 출전에 그친 홍성호를 대타로 투입했다. 결과는 대성공. 홍성호는 김성민의 7구 커브를 받아쳐 깔끔한 우전 안타를 터뜨렸다. 2루 주자가 득점하며 경기가 끝났다.

결국 두 번의 과감한 대타 작전이 제대로 먹히며 두산의 연패를 끝냈다. 심지어 박지훈과 홍성호 모두 1군에서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한 적이 없는, 사실상 신인에 가까운 선수라는 점에서 더 값진 성과였다.
내·외야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박지훈은 2020년 두산에 입단한 선수다. 다재다능함으로 기대를 모으며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몇 차례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껍질을 깨진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팀 선배였던 오재원의 강압과 협박에 못 이겨 수면제를 대리 처방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건 조사 때문에 1년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다행히 강압성이 인정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선수 생활이 끊기지는 않았다.
박지훈은 올해 개막 엔트리에도 들었으나 1군에서는 거의 기회를 못 받았다. 5월까지 25경기에 출전했으나 고작 8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 다시 콜업된 후 3경기 연속 안타에 데뷔 첫 홈런까지 때려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홍성호도 눈에 띈다. 1997년생으로 2016년 두산에 입단해 어느덧 프로 10년 차를 바라보는 선수다. 2군에서는 독보적인 장타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부족한 수비력 등으로 1군에서는 거의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고작 48경기에 나섰을 뿐이다.
그런데 이달 들어 시즌 처음 콜업되더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1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1군 통산 첫 홈런과 함께 ‘멀티 홈런’ 경기를 펼쳤고, 이후로도 꾸준히 기회를 얻었다. 결국 이번에 끝내기 안타까지 터뜨리며 팀을 구해냈다.
두산은 올해 하위권으로 처진 것을 계기로 젊은 야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현재 전력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영건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훈과 홍성호처럼 긴 시간 그늘에 가려져 있던 선수들이 계속해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리빌딩 전망도 훨씬 밝아질 것이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