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151km+3이닝 노히트’ 한화 선봉장 역할 괜히 맡겼겠나…‘ERA 1.84’ 윤산흠의 호투, 내년도 기대되네

[SPORTALKOREA] 한휘 기자= ‘낭만을 던지는 투수’가 한화 이글스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이유를 증명한 경기였다.
한화 윤산흠은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무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윤산흠은 ‘선발 투수’라기보다는 ‘첫 번째 투수’와 비슷한 역할로 나섰다. 8연전이라는 빠듯한 일정을 소화 중인 한화지만, 코디 폰세에게 5일 휴식을 확실히 보장해 주고자 불펜 데이를 단행했다. 그 선봉에 윤산흠이 선 것이다.
근거 있는 결정이었다. 윤산흠은 아직 제구에 기복이 있고 경험이 많지 않아 필승조로 믿고 쓰기엔 아직 무게감이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150km/h를 넘나드는 패스트볼의 구위는 매우 훌륭하다. 주자가 없는 1회부터 나온다면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윤산흠은 1회 첫 타자 윤도현을 상대로 3-1 카운트에서 낮은 속구 2개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더니, 이어 박찬호도 4구 만에 151km/h의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를 기점으로 호투가 이어졌다. 김선빈을 3루수 땅볼로 잡고 1회를 마쳤다. 2회는 공 6개만 던지고 삼자범퇴로 지워버렸다. 3회 2사 후 김호령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줘 ‘퍼펙트’는 깨졌지만, 윤도현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안타 하나 주지 않고 임무를 마쳤다.
윤산흠의 ‘기선제압’은 한화가 승리를 거두는 단초가 됐다. 타선이 침묵하는 사이 불펜진이 점수를 주며 1-2로 끌려갔지만, 결국 8회에만 3점을 몰아쳐 4-3 역전승을 거뒀다. 윤산흠이 만약 한 점이라도 내줬다면 같은 결과가 따르진 않았으리라.

윤산흠은 상당히 굴곡진 야구 인생을 살아온 선수다. 고교 졸업 후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해 독립리그 무대에 투신했다. 파주 챌린저스를 거쳐 2019년 두산 베어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으나 1군에 데뷔하지 못하고 2년 만에 방출당했다.
다시 독립리그로 향한 윤산흠은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에서 뛰다가 2021년 6월 한화와 계약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준수한 모습을 선보이며 그해 1군 데뷔에도 성공했다. 그러더니 이듬해 ‘깜짝 활약’으로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윤산흠은 2022시즌 1군 37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2.67(33⅔이닝 12실점 10자책)을 기록했다. 긴 머리에 매우 역동적인 투구폼, 강력한 구위 때문에 메이저리그(MLB) 한 시대를 풍미한 팀 린스컴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낭만을 던지는 투수’로 불리며 응원을 받았지만, 2023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후 상무에 입대해 병역 의무부터 수행했고, 지난 6월 전역해 한화로 돌아왔다.

상무에서의 성적이 그렇게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투수로서 여러 발전을 이룩했다. 투구폼을 조금 간결하게 바꾸면서 밸런스를 잡았고, 제구도 좋아졌다. 여기에 구속도 늘었다. 입대 전 145~146km/h였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올해 149km/h까지 늘었다.
윤산흠은 올해 10경기(1선발)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84(14⅔이닝 3실점)로 호투 중이다. 삼진을 15개나 잡아낼 만큼 강점인 구위를 잘 살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동안 내준 볼넷은 5개. 9이닝당 볼넷 기준으로 3.07개인데, 2022년의 8.02개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최대 난점이던 제구가 점점 안정을 찾기 시작한 만큼, 경험만 쌓인다면 필승조로 손색이 없는 선수다. 올해가 아닌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점점 완성도가 높아지는 윤산흠의 낭만이 어떤 커리어로 이어질지 눈길이 간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