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맞아?' 이정후, 1억 달러 받고 대주자라니...시즌 타율 2할 6푼 마저 붕괴 위기

[SPORTALKOREA] 김지현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선발에서 제외된 데 이어, 대주자로 투입되는 굴욕을 겪었다.
이정후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열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경기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정후는 최근 극심한 타격 난조를 겪고 있다. 지난 10일 마지막 안타를 신고한 뒤 17타수 연속 무안타, 5경기 연속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심상치 않은 부진 속에 구단은 지난 17일 이정후를 MLB 진출 후 처음으로 8번 타순에 배치하는 전략도 내세웠다. 그러나 돌아온 건 4타수 무안타.
타격감이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자 샌프란시스코는 휴식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0-0으로 맞선 연장 11회 초 대주자로 투입됐다. 타자가 아닌 대주자로 기용됐다는 점에서, 팀도 이정후의 타격에 관한 기대감을 접어버린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행히(?) 아시아 야수 역대 최고 규모인 1억 1,300만 달러를 들여 영입한 선수를 대주자로만 활용한 구단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무사 2루 승부치기에서 브라이스 엘드리지가 볼넷으로 출루하자 곧바로 이정후가 1루 대주자로 투입됐다. 이어 헤라르 엔카르나시온의 중전 적시타 때 이정후는 재빠르게 2루까지 내달리며 득점 기회를 넓혔다.
계속된 무사 1, 2루 상황에서 패트릭 베일리의 타구를 애리조나 유격수 헤랄도 페르도모가 다이빙으로 잡으려 했으나 끝내 놓쳤다. 2루에서 타구를 살피던 이정후는 안타로 판정되자 곧바로 3루까지 질주해 세이프됐다.
‘1억 1,300만 달러' 대주자의 혼신이 담긴 주루였다.
결국 이날 이정후는 방망이가 아닌 발로 팀에 보탬이 됐다. 거액을 들여 영입한 타자가 대주자로만 활용되는 현실은 씁쓸함을 남겼다.

이정후는 올 시즌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92경기에 385타석을 소화하며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으나 타율 0.249 6홈런 40타점 6도루 OPS 0.720의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내셔널리그 중견수 가운데 3번째로 많은 1,600만 달러의 연봉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다.
당시 현지 매체도 이정후의 전반기에 박한 평가를 내렸다. 지난 7월 팟캐스트 ‘모닝로스트’의 출연진인 조 섀스키는 현지 방송 ‘95.7 더 게임’에 출연해 “이정후는 현재 로스터에서 가장 물음표가 붙어 있는 선수다”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과 불안한 기량을 지적했다.
그러나 8월 한 달 타율 0.300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쏜 이정후는 9월 첫 4경기에서 15타수 9안타, 타율 0.600의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여주며 반등을 예고했다.
한여름 밤의 꿈이었을까. 이후 9경기에서 28타수 4안타에 그치며 시즌 타율은 어느새 2할 6푼 선마저 붕괴 위기에 놓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