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다” 교체 거부→‘112구+KKKKKKKKKKKK’ 와우! 다저스 2520억 좌완, 이래서 MLB 7번째 대기…

[SPORTALKOREA] 한휘 기자= “내가 할 수 있다.”
LA 다저스 블레이크 스넬은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서 7이닝 2피안타 2볼넷 12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그야말로 스넬의 날이었다. 스넬은 3회 1사까지 8명의 타자 중 6명을 삼진 처리하며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이후 안타 2개를 맞고 득점권 위기에 놓였으나 카일 슈와버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을 막았다.

이후로는 7회 2사까지 12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 갔다. 막강한 필라델피아 타선이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균열이 났다. 닉 카스테야노스와 맥스 케플러를 모두 볼넷으로 내보냈다.
케플러가 나간 시점에서 스넬의 투구 수는 106개. 다저스 벤치는 교체를 준비했다. 몸을 풀던 알렉스 베시아가 불펜 문을 열었고,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공을 받기 위해 마운드로 향했다.

그런데 스넬이 마운드로 다가오는 로버츠 감독을 향해 무언가를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다(I got it)”라며 본인이 이닝을 책임지겠다고 설득했다. 평소라면 이를 신경 쓰지 않고 교체를 진행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로버츠 감독은 스넬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공을 받지 않고 벤치로 돌아갔다. 마운드로 나오던 베시아도 불펜으로 돌아갔다. 스넬만이 다이아몬드 한가운데 홀로 섰다. 타석에는 오토 켐프가 들어섰다.
2-0의 불리한 카운트로 시작한 스넬은 3구와 4구가 모두 파울이 되며 2-2 카운트까지 잡았다. 그리고 5구째로 마지막 힘을 쥐어짜 시속 95.3마일(약 153.4km)의 높은 패스트볼을 던졌다. 켐프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이날 스넬이 던진 112번째 공에서 12번째 삼진이 나오며 7회가 실점 없이 종료됐다. 스넬은 포효했고, 벤치에 있던 로버츠 감독도 두 팔을 번쩍 들어 박수를 보냈다.

사실 로버츠 감독이 스넬을 마운드에 남긴 데는 이유가 있다. 9월 다저스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은 5.88로 끔찍한 수준이다. 8월까지도 불안하긴 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다저스가 기록한 8패 가운데 6패가 불펜에서 나왔을 정도로 처참히 무너졌다.
당장 전날(17일) 경기에서도 오타니 쇼헤이가 5회까지 ‘노히트’로 상대를 틀어 막는 괴력을 발휘했으나 6회부터 9회까지 무려 9점을 헌납해 6-9로 졌다. 상황이 이러니 차라리 스넬에게 한 타자를 더 맡기는 것이 나으리라 판단했을 법하다.

물론 스넬이 그만큼 잘 던지고 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5년 1억 8,200만 달러(약 2,520억 원)에 계약한 스넬은 부상 탓에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5승 4패 평균자책점 2.44 67탈삼진으로 등판한 경기에서는 호투를 펼친다.
들쭉날쭉한 제구력과 아쉬운 내구성 탓에 실력 대비 평가는 박하다. 당장 스넬이 7이닝 이상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한 것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절이던 지난해 8월 3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노히터를 기록한 이후 411일 만이다.

하지만 스넬은 2018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2023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사이 영 상을 받아 MLB 역대 7번째로 양대 리그 사이 영 상을 석권하는 진기록을 세운 선수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책임감과 구위 모두 이길 자가 없는 수준이다.
불펜진이 불안한 만큼 다저스는 시즌 막판 순위 유지를 위해 선발진의 활약이 더 중요한 상황이다. 스넬이 오늘과 같은 퍼포먼스를 끝까지 이어 간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