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이 선수가 태극마크 달 수 있다고? 플래툰이라더니 좌우 안 가리네…‘한국계 베테랑 유틸리티’ 안 뽑을 이유 없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플래툰’이라더니 좌우 안 가리고 담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안 부를 이유가 없는 활약이다.
보스턴 레드삭스 롭 레프스나이더는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애슬레틱스와의 홈 경기에 6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의미 있는 출전이다. 이날 애슬레틱스 선발 투수는 신인 우완인 메이슨 바넷이었다. ‘플래툰 요원’인 레프스나이더인 만큼, 벤치에서 출발할 법도 했다. 하지만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최근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믿고 레프스나이더를 선발로 내세웠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다른 타석들에서는 부진했으나 2회 말 첫 타석에서의 활약으로 모든 것을 만회했다. 바넷을 상대로 결정적인 솔로 홈런을 날린 것이다.
선두 타자로 나선 레프스나이더는 0-1 카운트에서 바넷의 2구 스위퍼가 몰리자 놓치지 않고 통타했다. 맞는 순간 담장을 넘어가리라 직감할 수 있는 타구가 나왔다. 공은 그대로 그린 몬스터를 좌측 폴대 상단부를 때렸다. 시즌 9호 홈런.
1-1 동점 양상을 깨는 값진 홈런이었다. 결과적으로 보스턴이 연장 10회까지 가서 5-4로 간신히 이겼기에 레프스나이더의 홈런이 더욱 귀중했다.

레프스나이더 본인에게도 의미가 크다. 레프스나이더는 전형적인 좌투수 전문 플래툰 요원이다. 올해 좌완 상대로는 타율 0.306 7홈런 25타점 OPS 0.983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우완 상대로는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224(58타수 13안타) 1홈런 4타점 OPS 0.613으로 리그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는 그래도 우완 상대로도 OPS 0.733으로 나쁘지 않았으나 올해는 좌우 편차가 더 심해졌다.
우투수 상대 출전 기회도 줄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우완 상태 162타석, 좌완 상대 145타석으로 오히려 우완 투수를 상대로 더 많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우완 68타석, 좌완 133타석으로 거의 배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번 홈런으로 흐름을 바꿀 기회를 잡았다. 레프스나이더가 우투수 상대로 담장을 넘긴 것은 4월 2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조너선 캐넌을 상대로 기록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좌우 편차라는 단점을 고려해도 레프스나이더의 활약상은 훌륭하다. 올 시즌 타율 0.276 9홈런 30타점 OPS 0.863으로 빼어난 생산성을 자랑한다. 이 흐름이라면 지난해(0.830)에 이어 2년 연속으로 0.8이 넘는 OPS를 기록할 수 있다.

자연스레 WBC 한국 대표팀 승선 여부도 눈길이 간다. 레프스나이더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입양돼 미국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이다. WBC 규정상 한국 대표팀에 소집될 자격이 있다.
올해 4명의 한국인 빅리거 가운데 그 누구도 레프스나이더보다 좋은 OPS를 기록 중인 선수가 없다. KBO리그로 눈을 돌려도 안현민(KT 위즈) 정도를 빼면 올해 기대치를 충족한다고 할 우타 외야수는 마땅히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레프스나이더를 차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레프스나이더는 2023년 대회 때도 차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예비 엔트리까지 승선했다. 비록 자녀 출산 문제로 최종 합류는 불발됐지만, 이미 긍정적인 기류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류지현 대표팀 감독과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은 오는 19일 미국으로 출국해 한국계 선수들을 만난다. 레프스나이더와 만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태극마크까지 이어질지 눈길이 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