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진 거르고 오재원’ 충격적일 이유 없다, 한화 중견수는 외국인 빼면 ‘최악’…이용규 이후 첫 토종 주전 구하나

[SPORTALKOREA] 한휘 기자= 올해 드래프트 ‘최대어’ 다음 가는 평가를 받던 선수를 포기했다. 하지만 충격적일 이유는 없다. 한화 이글스라면 할 만한 선택이었다.
한화는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유신고 외야수 오재원을 지명했다.

오재원의 호명에 놀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모두의 예상대로 박준현(북일고)이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은 가운데, 전체 2순위 지명권을 가진 NC 다이노스가 신재인(유신고)을 지명하는 ‘깜짝 선택’을 했다.
이에 박준현 다음 가는 평가를 받던 양우진(경기항공고)이 남은 채 한화의 지명 순서가 됐다. 하지만 한화도 양우진을 데려가지 않고 오재원의 이름을 불렀다. 양우진은 한참이 지나 전체 8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다.
올해 드래프트 최대 이변으로 꼽히는 것이 양우진의 지명 순번이다. 전체 2순위 NC부터 7순위 두산 베어스까지 무려 6팀이 양우진을 포기했다. 아무리 피로 골절로 인한 부상 우려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팀이 거를 것이라 예상한 여론은 적었다.
특히 한화의 오재원 지명을 두고 ‘충격’이라는 반응마저 나온다. 오재원은 올해 드래프트 외야수 가운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선수지만, 전체 3순위라는 빠른 순번에 지명되리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화라면 그럴 만했다. 현재 한화의 사정을 생각하면, 양우진보다 오히려 오재원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도 이상하지 않다.
올해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3.51로 리그 1위를 달린다. 물론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라는 외국인 투수들의 공도 크고, 베테랑들의 활약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투수들이 빠르게 1군에 안착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부침을 겪은 문동주가 화려하게 부활해 로테이션 한 축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불펜진에는 김서현이 마무리 투수로 도약해 구단 우완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다. 고졸 신인임에도 인상적인 구위를 과시하는 정우주도 있다.
이들이 다가 아니다. ‘마당쇠’ 역할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조동욱, 대체 선발로 생각보다 좋은 모습을 보인 김기중 등 ‘미완의 대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과 베테랑 사이를 연결할 중견급 선수들도 적지 않다. 나름대로 투수진은 안정을 찾은 셈이다.


반면 오재원의 주 포지션인 중견수는 다르다. 한화는 2020시즌 후 이용규(현 키움)를 방출한 이래로 토종 중견수 ‘잔혹사’에 시달린다. 이에 마이크 터크먼을 비롯해 에스테반 플로리얼, 루이스 리베라토까지 외국인 선수로 ‘돌려막기’를 하는 실정이다.
이용규 방출 후 5년간 한화 토종 중견수들의 통산 성적은 타율 0.213 24홈런 169타점 213득점 OPS 0.592에 그친다. 10개 구단 중 ‘최악’이다. 그나마 올해 이원석이 나름대로 ‘스텝업’을 했다곤 하나 타율 0.198에 OPS 0.580으로 많이 부족하다.
올해는 플로리얼과 리베라토 모두 제 몫을 해서 다행이지만, 외국인 선수로 공백을 메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외국인 선수 없이도 주전으로 밑고 내세울 수 있는 토종 선수가 필요하다.

이를 고려하면 한화의 오재원 지명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오재원은 1학년 때부터 준주전급으로 나설 만큼 기대를 모은 선수다. 3년 내내 높은 타율을 유지했고, 올해는 26경기에서 타율 0.442(95타수 42안타) 1홈런 13타점 32도루 OPS 1.199를 기록했다.
볼넷을 얻어내는 능력도 좋은 만큼, 프로 수준의 공에 적응할 수만 있다면 리드오프로 손색없는 자원이다. 물론 전체 3순위로 지명되리라는 예상까진 없었지만, 1라운드에 지명될 가능성은 꽤 있다는 평가였다.
공교롭게도 한화 역사상 마지막으로 제 몫을 한 토종 중견수 이용규와 닮은 면이 꽤 있다. 과연 한화의 빠른 지명의 이유를 오재원이 실력으로 증명하고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지 눈길이 간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