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쫓아냈더니 특급 유망주는 ‘1할 타자’ 전락, 그런데 정작 다른 선수가 잘 치네? 통산 17G 백업 유격수의 ‘반전’

[SPORTALKOREA] 한휘 기자= ‘전력 외’ 판정을 받은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는 선수는 당초 기대하던 ‘특급 유망주’가 아닌 다른 내야수였다.
탬파베이 레이스 트리스탄 그레이는 1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조지 M. 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 경기에 7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타격감이 상당히 좋았다. 2회 첫 타석부터 토론토 선발 투수 호세 베리오스를 상대로 가운데 쪽 좋은 코스로 향하는 타구를 날렸다. 중견수 마일스 스트로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안타가 될 상황이었다. 결국 4회 말 2번째 타석에서 기어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생산했다.
6회 말 3번째 타석에서는 좌완 에릭 라우어를 상대로 우전 안타를 쳐냈다. 좌우를 가리지 않던 그레이는 팀이 3-6으로 밀리던 8회 말 1사 2루 기회에서 좌완 브랜든 리틀의 싱커를 밀어내 좌전 1타점 적시타까지 터뜨렸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추가점은 이어지지 않았고, 탬파베이는 끝내 5-6으로 졌다. 하지만 그레이 본인의 야구 인생에는 길이 남을 하루가 됐다. 2023년 MLB에 데뷔한 후 처음으로 한 경기 3안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레이는 주전과 거리가 먼 선수였다. 2017년 마이너 리그 무대에 입문했으나 20대 중후반이 되도록 MLB와는 인연이 없었다. 탬파베이에서 뛰던 2023년 9월에 간신히 콜업되며 데뷔의 기쁨을 맛봤으나 2경기만 뛰고 마이너로 돌아갔다.
시즌 종료 후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후 FA로 풀렸다. 이후 마이애미 말린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2024시즌을 소화했으나 이때까지 그레이의 MLB 통산 성적은 17경기 타율 0.152(33타수 5안타) 1홈런 1타점 OPS 0.495로 별 볼 일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아메리칸리그(AL) ‘최약체’로 불리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했음에도 빅리그의 부름은 받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의 기회가 왔다. 친정팀 탬파베이가 손을 내밀었다. 지난 7월 27일 현금 트레이드로 이적했고, 곧바로 빅리그 로스터에 등록됐다.
다름 아닌 김하성의 공백이 문제였다. 허리 통증에 시달리던 김하성은 7월 26일부로 부상자 명단(IL)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주포’ 브랜든 라우도 자리를 비운 터라 자리를 메울 선수가 필요했고, 그레이가 낙점됐다.


그레이는 탬파베이 복귀 후 MLB와 트리플A를 자주 오갔다. 8월까지는 별다른 활약을 남기지 못했다. OPS가 0.565에 불과했다. 그나마 내야 모든 포지션을 볼 수 있어 유틸리티 백업으로 쓸만한 정도였다.
그런데 9월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팀 최고 연봉자임에도 부진에 시달리던 김하성이 웨이버 공시를 거쳐 애틀랜타로 이적했다. ‘특급 유망주’ 카슨 윌리엄스는 콜업 직후의 타격감을 잃고 타율 0.156(64타수 10안타) OPS 0.522로 부진하다.
자연스레 그레이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늘었고, 이를 쏠쏠하게 살리고 있다. 김하성이 떠난 당일인 2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시즌 2호 홈런을 터뜨린 것을 기점으로 월간 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4(22타수 8안타) 2홈런 5타점 OPS 1.082로 펄펄 난다.

올 시즌 성적은 22경기 타율 0.264(53타수 14안타) 3홈런 8타점 OPS 0.782가 됐다. 놀랍게도 올해 탬파베이 유격수 가운데 가장 좋은 타격 성적이다. 김하성과 윌리엄스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그레이를 넘지 못한다.
그레이의 활약은 여러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 팀은 김하성이 빠진 유격수 자리에서 타격 생산성이 좋은 선수를 기용할 수 있다. 윌리엄스는 MLB 무대에 적응할 시간을 벌 수 있고, 그레이 본인은 불안하던 빅리거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워낙 늦게 데뷔한 탓에 그레이는 아직 신진급 선수임에도 내년에 30세가 된다. 늦은 나이에 시작된 ‘반전 드라마’를 길게 이어 나갈 수 있을지 눈길이 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