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승 투수 포기하고 택한 벨라스케즈, 결국 ERA 10점대 찍었다...불펜 투입 모험수→0.2이닝 1실점 '흔들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지난 8월 6일 롯데 자이언츠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시즌 10승을 달성한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에게 방출을 통보한 것. 다음날 롯데는 '메이저리그 통산 38승'의 화려한 경력을 지닌 빈스 벨라스케즈와 33만 달러(약 4억 5천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데이비슨의 방출을 결정할 당시 3위였던 롯데는 1위와 격차가 4경기에 불과했다. 상승세를 탄다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였다. 5월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데이비슨이 6월과 7월 흔들리며 믿음을 주지 못했다. 결국 롯데는 가을야구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줄 더 강력한 투수를 원했고, 벨라스케즈를 선택했다.
결과는 최악의 한 수가 됐다. 데이비슨을 교체한 뒤 롯데는 거짓말 같은 12연패에 빠지는 등 추락을 거듭했다. +13으로 여유가 넘쳤던 승패 마진은 어느새 -1로 5할 승률이 무너졌다(0.496).
6위로 추락한 롯데(64승 6무 65패)는 16일 5위 삼성(67승 2무 65패 승률 0.508)과 맞대결에서 5-7로 역전패하며 1.5경기 차로 거리가 벌어졌다.
이날 롯데는 10안타 9사사구로 많은 기회를 잡았으나 5점을 뽑는 데 그쳤다. 반면 삼성은 롯데보다 적은 9안타 5사사구에도 6회 르윈 디아즈의 결승 스리런포를 앞세워 승부를 뒤집었다.

롯데는 선발투수 박진을 포함해 총 7명의 투수를 동원했지만, 삼성의 뒷심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철원(2이닝 1실점), 최준용(⅔이닝 3실점)이 흔들리자, 롯데는 선발 자원인 벨라스케즈를 불펜으로 투입하는 모험수를 뒀다.
3-6으로 역전을 허용한 6회 말 2사 1루에서 등장한 벨라스케즈는 강민호에게 초구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안타를 내줬다. 양도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6회를 마무리한 그는 7회 말 선두타자 김지찬에게 안타를 맞아 주자를 내보냈다. 김성윤을 1루수 땅볼로 막은 벨라스케즈는 1사 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바통을 이어받은 윤성빈이 구자욱에게 적시타를 맞아 벨라스케즈가 남긴 승계주자는 홈을 밟았다.

불펜으로 나선 경기에서도 ⅔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으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벨라스케즈는 시즌 평균자책점이 10점대(10.58)에 진입했다. 7경기서 기록한 성적은 1승 4패, 24⅔이닝 29실점(29자책).
정규시즌 종료까지 롯데는 9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벨라스케즈에게는 부진을 만회할 시간이 없다. '10승 투수' 데이비슨을 포기하고 선택한 '10점대 평균자책점' 벨라스케즈는 롯데 구단 역사상 최악의 투수로 남을지도 모른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